아픔·방황 딛고 볼링 첫 금 합작한 손연희·이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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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희(30·용인시청)-이나영(28·대전광역시청)이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볼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손연희-이나영은 26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볼링 여자 2인조에서 12게임 합계 2553점(평균 212.75점)을 합작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날까지 3개 종목에서 동메달 1개에 머물렀던 한국 볼링이 마침내 처음 웃었다.

24일 열린 개인전에서 이나영은 3위(1272점), 손연희는 10위(1237점)에 올랐다. 그러나 이틀 만에 열린 2인조 경기에서 둘 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손연희는 세 번째 게임에서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268점을 올려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나영도 다섯 번째 게임에서 236점을 기록해 힘을 보탰다. 마지막 경기에서 손연희가 215점, 이나영이 214점을 올리면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둘 다 아픔을 딛고 따낸 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손연희는 2012년 갑작스런 무릎 부상 때문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아예 선수 생활을 접고 재활에만 매진했다. 이나영은 2009년에 방황의 시기를 겪으며 현역 은퇴를 고려했다. 각종 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이 나오지 않자 그동안 해왔던 운동에 회의감마저 느껴 스포츠마케팅·바리스타 등 다른 분야를 공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도움으로 힘든 시기를 넘긴 뒤, 둘은 다시 일어섰다. 손연희는 당시 교제하던 전 국가대표 조영선(28·광주시체육회)의 격려와 응원을 받고, 지난해 다시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세계선수권 3관왕·동아시아대회 6관왕에 성공했다. 둘은 지난해 1월 결혼했다. 손연희는 "남편과 자주 보지 못해 아직은 연애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같은 볼링 선수 출신이어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나영은 방황하던 시기에 사고로 얼굴에 화상을 입었던 아버지의 조언으로 다시 마음을 잡은 뒤, 지난해 세계선수권 3인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나영은 "힘든 시기에 아빠가 나 때문에 다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빠가 지금까지 해온 운동이 아까운 만큼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유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확정짓고 아빠가 '나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며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손연희-이나영은 27일 열릴 3인조 경기에 출전해 2관왕에 도전한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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