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방방·퐁퐁? 서커스도 울고 갈 공중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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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구인 줄 알았던 트램펄린(아래)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다. 기계체조 선수였던 이민우(왼쪽)와 차상엽은 한국 체조 최초의 트램펄린 국가대표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트램펄린은 공중에서 10가지 기술 연기를 펼쳐 점프 높이와 체공 시간 동안의 난이도를 평가해 순위를 가린다. [인천=김성룡 기자]

날렵한 선수가 직사각형 망 위에 올라가 높이 튀어오른다. 공중돌기를 하고 옆으로 비틀기도 하며 묘기를 부린다. 체조 종목 중 하나인 트램펄린(Trampolin)이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용돈을 털어 타보곤 했던 그 기구다. ‘방방(충청도)’, ‘퐁퐁(경상도)’등 이름도 여러가지다. 북한에서는 ‘탄력망’이라 부른다.

 놀이기구인 줄 알았던 트램펄린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다. 한국 체조는 기계체조의 양학선, 리듬체조의 손연재 등 걸출한 스타를 보유했지만 트램펄린에는 무관심했다. 올림픽에서는 2000년 시드니, 아시안게임은 2006년 도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은 트램펄린에 관한 한 불모지였다. 축구 선수들이 휴식시간에 족구를 하는 것처럼 한국 기계체조 선수들에게 트램펄린은 가볍게 몸을 풀 때나 사용하는 놀이기구였다.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면서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트램펄린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차상엽(22·한양대)과 이민우(18·전남체고)가 주인공이다. 기계체조 선수 출신인 둘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마음에 트램펄린으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다. 국가대표가 된 건 3년 전이지만 제대로 훈련한 건 최근 3개월 뿐이다. 차상엽은 “2011년에 공식적으로 트램펄린 선수가 됐지만 특별한 합숙 훈련은 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대표팀을 소집했는데 트램펄린 전문 지도자조차 없었다. 윤창선 감독님이 선임됐지만 기계체조 전공이었다. 서로 연구하면서 기술을 익혔다”고 했다.

 훈련 시설도 미비했다. 트램펄린은 기계체조 종목보다도 더 높이 뛰어야 하는 종목이다. 하지만 서울에는 높은 천장이 있는 체조장이 드물어 경북 문경까지 내려가 국군체육부대 공간을 빌려 연습했다. 국가대표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없었다. 둘은 식비·교통비를 자비로 해결했다. 이민우는 “다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부러우면서도 서러웠다. 열심히 하면 나도 언젠가는 시상대에 올라갈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시안게임이 임박하면서 본격 훈련이 시작됐다. 지난 7월 중국 북경에서 2주 동안 전지훈련을 했다. 중국은 트램펄린의 신세계였다. 체조장에 1개당 약 3000만원 하는 트램펄린 기구가 20여 개나 놓여 있었다. 트램펄린은 공중에서 화려한 기술을 쓰는 종목이라 밖으로 튀어나가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차상엽은 “중국 선수들은 3~4세에 트램펄린을 시작해 기본기만 10년을 갈고 닦는다. 그 후에 돌기·비틀기 등 기술을 연마하는데 너무 잘해서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이민우는 “중국에서 2주 만에 공중에서 쓰는 10가지 기술을 다 연마했다”고 했다. 트램펄린은 공중에서 10가지 기술 연기를 펼친 뒤 그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점프 높이와 체공 시간 동안의 기술 난이도를 평가한다. 3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지만 둘의 트램펄린 실력은 아직 걸음마를 뗀 정도다. 차상엽은 “‘다른 나라와 실력 차가 너무 크다. 꼴찌만 안 하면 좋겠다”며 “트램펄린 대표팀이 반짝 팀이 아니길 바란다. 죽기살기로 할 테니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램펄린은 26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다.

인천=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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