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길 막는 음주단속 잘 없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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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찰청이 대로를 가로막는 차량 줄세우기식의 음주운전 단속을 없애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또 무인 단속 카메라의 함정단속 대신 전방에 입간판을 세워 단속을 예고키로 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 같은 단속 방법 개선이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을 조장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경찰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큰 길을 봉쇄하고 모든 운전자에게 음주 측정을 강요하는 식의 단속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인권침해에 따른 위헌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이미 이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또 무차별적인 측정.단속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음주 측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과도 맞지 않는다.

교통안전과 위험방지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극소수를 잡기 위해 훨씬 많은 시민을 불편하게 하고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은 경찰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또 효율성도 문제였다. 단속지점 한 곳에 10여명의 경찰이 몇시간 배치되는 바람에 오히려 다른 도로는 무방비 상태였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백31개 경찰서의 음주단속 적발은 모두 41만여건으로 경찰서당 하루 평균 5명이 채 안됐다.

요란했던 전시 효과나 노력에 비해 단속 실적은 미미한 셈이다. 따라서 경찰이 음주 단속방법을 합리적으로 바꾼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길을 막는 일제단속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줄지 않고 있으니 문제다. 혹시 단속 방법의 개선이 마치 단속 완화인 것처럼 잘못 인식해 음주운전이 늘어나면 안된다.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경찰과 운전자 모두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경찰은 방법은 세련되지만 내용은 지금보다 더욱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적발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보다 엄중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아울러 음주운전만큼은 절대 하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 생활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