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아라우’ 부대 현지 주민 진료 3만명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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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주의 재건 작업을 위해 파병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라우 부대가 지난 19일 3만명의 현지 주민 진료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27일 파병 이후 9개월 만이다. 진료일수로는 256일 만으로, 하루평균 117명의 현지 주민들이 아라우부대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은 셈이다.

부대는 이날 3만 번째로 진료를 받은 아그네스(7) 양을 진료한 뒤 선물을 증정하고 기념 행사를 열었다. 아그네스 양의 어머니 이멜다 팔라냐(53)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한국군의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그네스 양 처럼 레이테주 현지 주민들은 생활형편이 어려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레이테주립병원 등 대부분 의료시설들은 태풍 피해를 입은데다 의료장비와 약품이 부족해 진료에 애를 먹고 있다. 병원들에서는 "도구를 구해오면 수술을 해 주겠다"거나 "아라우부대를 찾아가 보라"는 권고를 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4시간 이상씩 오토바이를 타거나 몇시간씩 걸어서 아라우 부대를 찾기도 한다. 화요일과 토요일 부대에서 실시하는 진료때는 빠른 진료 번호표를 받기 위해 부대앞서 노숙하는 경우도 흔한 광경이다.

아라우 부대는 부서진 건물이나 도로 복구가 주 임무여서 공병이 대부분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 100명 중 23명 가량이 아라우부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을 만큼 의료진의 인기는 한류 못지 않게 높다.

부대 진료가 없는 날은 방역차와 이동 치과진료 버스, 외과·내과 전문의가 팀을 이뤄 외딴 마을로 찾아가 이동 진료를 하고 있다. 부대 관계자는 "학교와 성당 등을 빌려 진료를 하는 동안 부대는 팝콘과 슬러시, 솜사탕을 즉석에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코리아 넘버 1"을 외치는 이유다.

부대 관계자는 "태풍 피해를 입은지 10개월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시설과 도로가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지역별로 찾아가는 이동진료소 이용 환자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소문을 듣고 주둔지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대는 주 2회 실시하던 주둔지 진료를 3회로 늘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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