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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통기타 문화 없었다면 … 한류 ? 글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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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백천씨가 50년 음악 인생을 한 권의 책 『이백천의 음악여행』에 담았다. 23일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포크 가수 20여 명이 함께 모여 추억을 나눈다.

“지금으로 치면 잘나가는 기획자였던 셈이지요. 제가 찍었던 가수치고 안 뜬 사람이 없으니까요.”

 전 TBC PD이자 음악평론가 이백천(82)씨.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 가수들이 깍듯이 모시는 스승이다. 그는 64년부터 6년 동안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C’est si bon)’에서 라이브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통기타 군단의 담임선생님’이라는 별명도 그때 생겼다.

 “조영남·이장희·윤형주 등 이른바 ‘세시봉 친구들’은 제 무대에서 생애 첫 관객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대학생이었던 그들보다 열 살 정도 많았을 뿐인데 늘 ‘선생님’으로 불렸지요. 아마도 그날 무대에 오를 가수를 제가 결정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실제로 그는 선생님처럼 통기타를 멘 청년들을 보듬었다. 음악이 좋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의 풋풋함을 아꼈던 까닭이다. 69년 세시봉이 문을 닫아 포크 가수들이 갈 곳을 잃었을 때는 이듬해 명동 YMCA 직원식당 자리를 빌려 음악감상실 ‘청개구리집’을 운영했다. 청개구리집에는 양희은·김민기·김세환 등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TBC 방송국 PD로서 가수들을 방송에 입문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68년 당시 TBC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쇼쇼쇼’ 연출을 맡았던 황정태 부장에게 조영남을 소개했습니다. TV 출연으로 조영남은 단박에 스타가 됐죠.”

 운명처럼 세시봉에 발을 들인 지 50주년이 되는 올해, 자신의 음악 활동을 정리한 책 『이백천의 음악여행』을 출간했다. 자서전 형식이지만 우리나라 포크 음악의 반세기를 훑는 역사책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포크 가수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직접 부르기 시작한 첫 세대입니다. 포크 문화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K팝이나 한류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23일 오후 6시 서울 당산동 TCC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는 그를 선생님으로 모시는 김도향·이동원 등 포크 가수 20여 명이 참석한다. 송창식은 축하공연을 연다.

 “제가 세시봉과 인연을 맺은 50년이 한국 포크 문화 50년입니다. 이제 포크 100년을 준비해야죠. 아직 대학생 같은 내 친구들과 함께 말이죠.”

글·사진=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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