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금 개혁 반대 집단행동, 아무도 지지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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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공무원노조의 실력행사로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가 무산됐다. 공무원노조는 22일 한국연금학회 주최 정책토론회장을 장악해 대회 자체가 열리지 못하게 했다. 500여 명의 노조원들이 미리 토론회장에 들어가 “연금 개혁 반대”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고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일부 노조원들은 발표자·토론자를 야유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축사에서 “오늘 안(案)은 새누리당 안이 아니다. 제발 좀 들어주세요”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공무원노조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 지도층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중추세력이다. 이런 폭력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다.

 이날 토론회는 정책을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다. 연금학회의 발표 안이 그대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학회 발표 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판적인 의견을 내면 된다. 토론회를 방해한다고 해서 연금 개혁이 무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집단행동이 국민 불신을 심화시켜 공무원들의 입지를 약화시킨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국민에게 큰 상처를 안기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한 해 2조원의 국민 세금을 밀어 넣는다. 이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0년에는 7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은 20년 가입해봤자 87만원밖에 안 되지만 공무원연금은 217만원이다. 국민연금은 61세(2033년에는 65세)에 받지만 공무원연금은 56세(2021년 60세)에 받는다. 공무원은 월급·퇴직금이 적으니 연금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번 양보해 그 말이 맞다 해도 퇴직금 정상화를 요구하고, 스스로 적자를 해결해야지 국민 세금에 손 벌려서는 곤란하다.

 고령화는 전대미문의 고통이다. 국민연금은 2007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 2047년에 닥칠 기금 고갈을 걱정해 40년 앞서 개혁했다. 노후연금액을 대폭 깎아 40년 가입해도 생애소득의 40%(기초연금 합하면 50%)밖에 받지 못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현 세대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2009년에 개혁을 했다지만 제대로 손대지 않아 33년 가입하면 62.7%(40년 가입 가정 시 76%)를 받는다.

 제정신이 박힌 공직자라면 지속가능성을 걱정하고 국민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고통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에 제대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곤란하다. 새누리당과 정부도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밀려선 안 된다. 개혁을 늦춘다거나 지금의 개혁안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연금 개혁은 지도자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공무원과 등 져서라도 (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속을 이행하면 틀림없이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