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재건 시급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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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좌초 위기에 놓인 정당이 혁신을 통해 회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의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가 대표적 사례다. 2001년 10월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3대 0’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당내 주류인 동교동계를 겨냥해 책임론이 분출했다. 이른바 ‘쇄신 파동’이다.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 등 쇄신파들이 나서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지목하며 당 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최고위원이었던 정동영 의원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대통령도 당 총재직을 내려놓았다. 그 바람에 당·청 관계에 진공지대가 생겼다.

 이때 조세형 상임고문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대위가 출범했다. 처음엔 당의 의결기구인 당무위원회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2개월에 걸친 활동 끝에 특대위는 당의 변화를 이끌 안을 내놨다. 상향식 공천제와 국민경선 참여제를 골자로 하는, 말 그대로 혁신안이었다. 민주당의 변화는 당시로선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재집권이란 꿈을 현실화했다. 국민경선 참여제는 이듬해 노무현 바람을 만들어냈 다.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침몰 직전까지 갔다. 여론조사에선 50석도 어렵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장 부지에 ‘천막 당사’를 짓고 84일간 야전생활을 하자 민심이 움직였다. 초·재선 중심으로 당 개혁에 나섰고, 50석도 어렵다던 선거에서 121석을 얻어 기사회생했다.

 2011년 12월에도 한나라당엔 비슷한 위기가 왔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등 선출직 3명이 동시에 사퇴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오세훈 서울시장 사퇴→서울시장 보선 패배 등으로 당이 코너에 몰리면서다. 당내에선 “해체하고 재창당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다시 맡았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중도 좌클릭 정책을 추진했다. 새누리당은 이 비대위 활동으로 2012년 4월 총선에서 152석 단독 과반 의석을 이뤄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선 당권을 쥐기 위한 계파 이익에서 벗어나 대권을 바라봐야 한다. 기득권 내려놓기를 실천하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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