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아바타 정말 생생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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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많은 청중이 모이는 공청회나 세미나장에서는 스크린에 나타나는 화면 중 원하는 부분을 짚어가며 설명하기 어렵다.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하긴 하지만 빔 프로젝터 등에 의해 컴퓨터 화면이 워낙 크게 확대된 데다 설명하는 사람과 스크린 간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발표자가 그 화면 속으로 들어간다면 어떨까. 그 화면 속을 걸어다니면서 손으로 짚어가며 또박 또박 설명하고, 조각상이 나오면 그 둘레를 돌며 뒷 부분까지 보여준다면 내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가 개발한 '라이브 아바타(Live Avatar)'기술은 그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 발표자가 아바타가 돼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 화면 속을 누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살아 있는 아바타를 만든 것이다. 기존 아바타는 자신의 특징을 본뜬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을 이용했으나 아바타 주인의 말이나 제스처를 알아듣고 척척 움직여주지는 못했다. 단순히 프로그램 된 대로 따랐다.

그러나 라이브 아바타는 다르다. 이를 이용해 파워 포인트로 석굴암을 소개한다고 치자.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컴퓨터 화면 속에 나타난다.

컴퓨터와 연결된 적외선 카메라 앞에 선 아바타 주인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화면 속 아바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손가락에는 적외선을 반사하는 골무가 끼워져 있어 적외선 카메라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손가락을 앞으로 찌르듯 하면 석굴암 불상쪽으로 아바타가 이동하고, 빙 돌면 역시 아바타가 불상 주변을 돌게 된다. 불상 뒤편으로 갈수록 아바타는 불상에 조금씩 가려지다가 완전히 보이지 않으며, 조금 있으면 반대편으로 그 모습이 서서히 나타난다.

발표자는 적외선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화면 속의 아바타를 움직여 불상 주변을 돌며 곳곳을 소개할 수 있다.

영상미디어연구센터 김익재 연구원은 "아바타 주인의 실제 움직임을 라이브 아바타와 합성한 뒤 입체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사용해 그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조만간 사람과 컴퓨터 간의 새로운 차원의 인터페이스로 실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바타 주인이 아바타를 시켜 커서로 '창 닫기''이전 화면'등을 실행할 수도 있지만 말로도 그 같은 동작이 가능하다. 또 음악을 들으며 그 효과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퀄라이저'라는 명령어를 말함으로써 음의 변화를 그래픽으로 화면 가득히 볼 수 있다.

컴퓨터에는 음성인식장치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주인의 말을 알아 듣는다. 현재 시스템은 주인 이외의 목소리를 알아듣지는 못한다. 단지 주인의 말만 판독해 명령을 수행한다. 자판을 화면에 나타내 직접 글자를 입력할 수도 있다.

실감나는 게임도 가능하다. 화면 위에서 떨어지는 풍선 터뜨리기를 한다고 치자. 아바타 주인이 밖에서 화면 속 풍선을 겨냥, 뛰어 오르면 아바타도 뛰어 올라 풍선을 맞춰 터뜨린다.

이렇게 몇분만 하면 땀이 날 정도다. 라이브 아바타 기술은 그 만큼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아바타 주인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다.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돼 있으면 바로 그 컴퓨터 앞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라이브 아바타를 원격 조정할 수 있다.

앞으로 라이브 아바타의 활약으로 새로운 발표 문화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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