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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끊은 박영선 "탈당 결행 16일까지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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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1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15일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김형수 기자]

15일 오전 9시 국회 본청 2층.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실은 텅 비어 있었다. 예정됐던 원내대책회의도 취소됐다. 탈당설이 도는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집무실 문에는 ‘부재’라는 문패가 걸려 있었다. 박 위원장의 휴대전화는 하루 종일 꺼져 있었다. 14일 밤부터 연희동 자택에도 없었다. 비서실장인 윤후덕 의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힘내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답장이 왔는데 오늘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참모들도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기자들과 연락을 끊었다.

 박 위원장은 참모들과 연락을 끊기 전 “16일까지 아무와도 연락 않고 탈당을 결행할지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14일 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건 물론이고 탈당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밤 중진 5명(문희상·문재인·정세균·김한길·박지원)과의 회동에서 나보고 원내대표를 유지해 달라고 했는데 초·재선 의원들(14일 낮 모임)이 저렇게 물러가라고, 아니 아예 당을 떠나가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안경환 전 국민인권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만큼 정당과 정치개혁에 대한 식견과 소신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없다. 그런 분들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폐쇄적인가” “지도부 흔들기를 마치 부하직원 다루듯 하는 현재의 야당에서 어떤 개혁과 혁신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는 말도 했다.

 탈당설이 나오기 전인 13일 박 위원장을 만났다는 조정식 사무총장은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가 진척도 잘 안 되는 데다 새누리당에서도 당내 상황을 이유로 협조해주지 않아 박 대표가 많이 지쳐 있더라”며 “원내대표를 내려놓겠다는 생각은 미리 하고 있었는데 답답한 상황에 일부 의원들이 퇴진하라며 성명서를 내니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본인 입으로 탈당을 언급했지만, 실제 결행할지에 대해선 측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일시적 감정 폭발은 분명히 아니다. 진심으로 탈당을 고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당을 놓고 의원들끼리 설왕설래 하지만 설상가상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탈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의 참모들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한 측근은 “100% 탈당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낙관론자들이 얘기하는 것보다는 심각하다”고 전했다.

 반면 조 총장은 “심정적으론 탈당하고 싶은 건 맞지만 실제로 할지는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고, 윤후덕 비서실장은 “돌아와서 정면돌파해야지, 탈당이 그렇게 쉽겠느냐”고 말했다.

 당직자들과 원내대표단은 별도 회동을 한 뒤 “탈당은 있을 수 없고, 그런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적극 만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조 총장과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가 박 위원장과 접촉을 시도했다.

 당 내에선 “박 위원장이 탈당해도 의석이 130석에서 129석으로 줄어들 뿐 동반 탈당은 없을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실제로 떠난다면 당이 입을 상처는 작지 않다. 일각에선 야권 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기회에 문제 제기를 확실히 해서 폭탄을 터뜨려야만 새싹이 날 수 있다”며 “야권 개편이 바로 이뤄지진 않겠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15일 방송 인터뷰에서 “더 이상 새정치연합이 자체적으로 변화할 기회는 없다”며 ‘총선 전 제3세력 창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 본인은 14일 밤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 그런 (야권개편을 주도할) 엄두를 어떻게 내느냐. 살아남기는커녕 쫓겨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장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신당 창당이나 야권 개편 가능성을 부인했다.

글=이지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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