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달라질까…의정동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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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소정당출신과 무소속의원들의 친목 단체이며 원내 제4세력인 의정동우회의 사령탑이 친여인사(박정수)에서 친야인사(황명수)로 바뀌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회문공위원장선거에서 소속의원들이 민정당의 한병말 의원을 찍어달라는 박정수전회장의 권유를 뿌리치고 같은 소속인 김길준의원에게 몰표를 몰아준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그만한 일로 박전회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또 소속의원들이「미련 없이」그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기까지에는 꽤 복잡한 속사정이 있었다.
한마디로 실리를 추구하는 방법론에 있어 박의원과 소속의원들간에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것같다.
박의원은 우선 총무회담·상임위간사회의·해외시찰 등에서「푸대접」받고있는 동우회의 위치를 격상시키는 것이 당면목표였다. 이 때문에 그는 민정당과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또 총무회담에 업저버자격으로 참석하고 상임위간사회의에도 정식멤버가 될 수 있게 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황명수신임회장대행을 비롯한 다수 회원들은 박전회장의 그같은 지도노선에 불만이 컸다. 이들은 소속의원들이 대부분 민한·국민당공천자들을 제치고 당선한 만큼 동우회가 민정당의「외곽단체」로 오인되어서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절감된다고 믿고 있다.
또 이들은 어떤 정치상황의 변화로 선택의 기회만 주어지면 민한당이나 국민당을 선택해야만 계속해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특수 기능을 맡고있는 고정훈의원(민사당당수)과 박전회장을 제외한 15명중 10여명이 민한당을, 나머지 3, 4명 정도는 국민당을 각각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이중 국민당을 희망하는 이용택의원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아직 자신의 정당선택가능성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그 같은 기회가 쉽사리 오지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튼 황명수회장의 등장으로 동우회의 색깔이 다소 바뀔 것을 쉽게 점칠 수 있다. 그러나 소속의원들은 오늘의 정치상황에서 황회장의 친야「색도」가 섣불리 나타날 것을 경계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
황회장 자신도 이 같은 분위기를 알고 있는 듯『동우회의 기존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시시비비의 자세를 견지하겠다』며『한 단체의 대표로서 주관을 억누르고 객관을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회장이 민정당과는 아직 채널이 막혀있다는 사실자체가 동우회를 야쪽으로 기울게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으며 민정당이 그같은 방향선회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동우회의 단체로서의 존속을 포함한 앞날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전 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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