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현-엡스타인 '파경'…희섭-디포데스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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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김병현의 절대적 지지자였다. 김병현을 보스턴에 데려온 것도 엡스타인이었으며, 2년간 1,000만달러의 거액 계약을 안겨준 것도 엡스타인이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연평균 500만달러의 계약은 김병현에 대한 엡스타인의 기대치를 가늠케 했다. 엡스타인은 구단 안팎에서 비난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앞장서서 김병현을 보호해왔다.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김병현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김병현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엡스타인은 역대 한국인 선수가 맞았던 단장 중 가장 뜨거운 애정을 김병현에게 쏟았다. 엡스타인은 31일(한국시간) 김병현의 이적을 확정하면서 "김병현 영입은 명백한 실수였다.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We certainly made a mistake and I take responsibility for that)"고 밝혔다. 김병현을 향한 엡스타인의 사랑은 끝내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LA 다저스의 최희섭(26·1루수) 역시 폴 디포데스타 단장으로부터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애정을 받고 있다. 심지어 디포데스타는 얼마전 "최희섭은 지난해 성적(타율 .251 15홈런 46타점)만 올려주면 된다"는 '과잉보호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디포데스타는 다저스 단장으로 부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대형 트레이드에서 최희섭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인 폴 로두카(플로리다)가 팀을 떠났다. 지난 겨울 디포데스타는 지역언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희섭에게 주전 1루수 자리를 보장해줬다. 이 과정에서 간판타자였던 숀 그린(애리조나)이 다저스 유니폼을 벗었다. 어느새 최희섭은 디포데스타 단장이 한 최고의 '모험'이 되어버렸다. LA 지역언론들은 디포데스타를 비난할 때마다 최희섭을 꺼내는다. 최희섭이 못하면 어김없이 디포스타의 이름이 나온다. 최희섭과 디포데스타는 한배를 탄 상황이다. 김병현과 엡스타인의 인연이 '비극'으로 끝난 것에는 기대만큼 해주지 못한 김병현의 탓이 컸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지난해 86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냄으로써, 김병현 영입 실패에 대한 충분한 '면죄부'를 얻어냈다. 반면 최희섭과 디포데스타는 입장이 다르다. 자칫 최희섭의 실패는 디포데스타의 파멸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훗날 '최희섭을 데려온 디포데스타의 선택은 탁월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형준 기자 기사 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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