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유엔총회 이슈로 급부상한 북한 인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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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올해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총회 기간에 맞춰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별도의 장관급 회의가 처음 열리기 때문이다. 회의에는 한국·미국·일본과 유럽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직접 참석해 올 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표한 보고서를 재조명하고, 강도 높은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COI 보고서를 근거로 강력한 대북(對北)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걸 계기로 관심의 폭과 강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인권이사회는 인권을 침해한 가해자에 대한 국제법적 처벌 매커니즘을 마련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할 유엔 사무기구의 설립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 북한 인권 사무소가 설치된다.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시드니 샤일러 6자회담 신임특사는 이달 초 “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상호배타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다”며 ‘투트랙’ 접근법을 시사했다. 북한이 15년 만에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파견하고, 자체적으로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인권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다른 나라와의 인권대화 용의를 표명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선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내정 간섭과 체제전복 시도라고 조건반사적으로 반발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COI의 보고서를 ‘탈북자 협잡꾼들의 증언에 억측과 악감을 섞어 만든 쓰레기 문서’라고 일축할 게 아니라 유엔 조사단을 받아들여 폭넓은 현장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엉터리 조사’ 탓만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직접 조사할 방법이 없으니 탈북자들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이제라도 북한은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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