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담뱃값 인상, 국민 의견 낼 기간 사실상 이틀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 고쳐야 하는 국민건강증진법·개별소비세법·지방세법 개정안이 12일 입법예고됐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을 포함한 종합 금연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안전행정부는 입법예고 마감일을 이달 15일까지로 정했다. 주말·휴일(13~14일)을 제외하면 담뱃값 인상안에 대해 국민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틀 정도다. 입법예고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을 제·개정할 때 내용을 미리 알리고 의견을 듣는 제도다. 행정절차법 43조에 따르면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단기간’ 입법예고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주원의 문주영 변호사는 “담뱃값은 10년 만의 인상이고 인상폭도 전례 없이 큰 데다 개별소비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입법예고 기간이 너무 짧으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류근혁 건강정책국장은 “ 시급한 정책이기 때문에 빨리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파이프담배·물담배·씹는담배 등 모든 종류의 담뱃값도 오른다. 건강증진부담금이 일반 담배와 같이 138% 인상되기 때문이다. 신설되는 개별소비세가 금액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從價稅) 방식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제품의 세금은 더 올라간다. 2만~3만원 정도 하는 전자담배 니코틴액 등은 일반 담배보다 가격 인상폭이 커질 전망이다.

 ◆사재기 최고 5000만원 벌금=정부는 이날부터 담배 제조·수입업자와 도·소매업자의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했다. 담배를 과도하게 사들이거나 폭리를 얻기 위해 판매를 조절하는 업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올해 1~8월 월평균 담배 100갑을 사들여 팔았다면 앞으로는 한 달에 104갑까지 확보해 팔 수 있다.

 ◆건보공단, 담배소송 첫 재판=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이 이날 열렸다. 건보공단은 지난 10년간 편평세포암 등으로 진단받은 흡연 전력 환자 3484명에게 지급된 보험금 537억원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2부(부장 박형준)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는 중독성과 유독성이 모두 검증된 담배를 기호품이라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유해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건보공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담배회사들은 “의료비 지급은 손해가 아니라 공단의 의무이며 개별 보험 가입자가 각 사의 어떤 담배 때문에 어떤 병에 걸렸는지 입증하는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현영·전영선·이한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