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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급의 아마추어들>|성대 교수 이명연씨의 장미 가꾸기|슈퍼스타·피스 등 30여종·길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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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꽃의 여왕」인 장미. 삼복더위와 장마를 이겨 낸 가을 장미는 6월에 피는 것보다 빛깔이 더욱 선명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장미 감상회는 서리 가 내리기 직전의 10월 초순에 열린다.
『장미는 피는 꽃이 아니라 피게 하는 꽃입니다』 2O년간 장미꽃을 피게 해 온 이명연씨(57·성균관대 약대교수)는 정원에 장미를 심어 놓고 가꾸지도 않은 채 탐스런 꽃을 즐기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 (?)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기원전부터 재배되어 온 장미는 1년에 한번 피는 야생종 그대로였지만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서원에서 원예적인 개량이 시작 돼 사철 피는 현대 장미가 태어났고 색채나 화형도 다채로워 졌다. 사람의 손에 의해 원래의 성질이 바뀐 장미가 「주인의 보살핌」을 계속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30대 초 서울 수유동에 있는 어느 장미 원에 놀러갔다가 프랑스에서 처음 수입한 사철 피는 장미에 반해 일요일이면 하루종일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집안에 장미를 심고 부터 주말낚시를 그만 두셨습니다. 혼자 즐기시던 주말도 「가족과 함께」 로 변한 샘이죠』부인 김순규씨 (54)의 말이다.
그 동안 이 교수 부부가 가꾸어본 장미는 1백50여 품종. 지금은 좋아하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앙디오르, 핑크피스 등 꽃이 크고 추위에 강한 하이브리드티(HT) 계통 30여종만을 갖고있다.
66년부터 전국 장미 전에도 참가, 금메달을 3번이나 받았다. 너무 상을 많이 받는다는 비난(?) 때문에 최근에는 심사위원으로 뽑혀 출품기회를 잃어버렸다고I.
장미 가꾸기는 품종 선택·토질·시비· 가지치기 등도 중요하지만 물주기와 토양개량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장미의 조상 격인 찔레나무가 하천부지나 제방안쪽 등 습지에서 자생하는 것처럼 여름철 생육기의 장미는 3일에 한번씩 한양동이 이장의 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 물뿌리개로 잎을 적시는 정도로는 흡족하지 않다.
또 초보자들이 실패하는 것 중의 하나가 토양개량인데 장미는 한곳에서 5년 이상 꽃을 피우기 나면 지력이 나빠져 비료를 아무리 줘도 햇순이 나오지 않고 꽃도 볼품이 없어진다. .
따라서 5년마다 심는 장소를 옮겨 주든지 아니면 늦가을이나 초봄에 장미를 캐내고 뿌리가 자랐던 흙을 50㎝ 깊이 교정도로 파내고 새 흙을 갈아 넣어야한다.
이때 장미뿌리에 묻은 흙도 물로 씻어 내 버리는 것이 좋다.
하루에 적어도 2∼3시간씩은 장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비가 오면 꽃송이가 다칠까봐 비닐봉지를 씌워 주기도 하는 이 교수는 『장미에는 주인의 발짝 소리가 가장 으뜸가는 거름』이라고 말했다.

<김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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