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골칫거리…「여인증발」하루 12명 꼴|시체로 발견되거나 이웃나라서 강제로 몸팔기도|장보러간 주부 행방불명 일쑤…찾는 광고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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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말「카롤·시몬」(19)이란 여대생이 4개의 쓰레기 주머니에 담겨진 토막시체로 발견되어 파리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녀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했었다.
이보다 1주일 전엔「안·마리」란 여인의 피살 체가 우물 속에서 발견됐다.
1년 전에 실종 신고된 그녀의 수색을 위해 경찰은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헛일이었다.
또 이보다 얼마 전에는 작업 중이던 인부들이 한 여인의 유골을 구덩이에서 찾아냈는데 아직 썩지 않은 옷 조각을 단서로 그녀가 10년 전에 실종됐던「프랑스와즈·빌로」여인임을 밝혀냈다. 당시 그녀는 남편에게『시장에 다녀오겠어요. 곧 돌아와요』라며 나가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른바「여인증발」의 사례들이다.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7천 내지 9천명의 여성들이 증발하는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자의에 의한 가출이나 자살의 경우도 있지만 장담수가 유괴 또는 인신매매와 관련한 범죄의 희생물이 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인증발은 프랑스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프랑스에 사는 외국여성도 마찬가지. 들리는 소문으론 인근 다른 나라에 팔려가 강제 매춘 업에 종사하는 증발여인도 많다.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79년 한해동안 실종 신고된 여성은 6천5백56명. 이들 프랑스 여성 외에 같은 기간 실종된 프랑스 내 거주 외국여성 1천6백1명을 더하면 그 수는 8천명을 넘는다.
이대로 라면 하루평균 12명의 여인이 자취를 감추는 샘. 때문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춘기 소녀나 가정주부를 찾는 시민 광고가 신문들을 심심치 앉게 잠식하고 있다.
여인증발 사건의 심각성은 이미 지난 66년 당시 하원의원 「로베르· 폰드」가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사회문제가 됐지만 그후도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당시의 내무장관이었던「크리스티암·푸셰」는 하원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실종 여인 중 범죄와 관련한 경우는 실상 많지 않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매춘부로 팔려간다는 사실은 아직 확증이 없다. 올 들어 인신매매를 위해 유괴 또는 감금됐다고 신고된 사례는 없다』고 증발 여인들의 인신매매 가능성을 배제하긴 했었다.
그러나 「실종규명위원회」란 단체가 지난 80년 10월에 발표한 조사보고서는 해마다 2천명 이상의 여인이「자신의 의사에 반해」증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 통계에 의하면 77년에 9천명의 여인 실종사건 중 6천명, 78년의 8천9백명 중 6천2백명이 해결(?)됐지만 무사히 가족이나 부모 곁으로 돌아간 실종 여인 외에 시체로 발견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통계는 한해 평균 2백30구의 여인시체가 관계 법원에 이첩되는데 40여구는 여전히 신원불명이기 일쑤라고 밝히고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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