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리아 공습 선언 "미국 위협하면 피난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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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수니파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놓고 고심해 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공습을 선언하며 확전을 결정했다. 9ㆍ11 테러 발생 1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IS 지칭)은 이슬람도 아니고 국가도 아닌 테러 단체”라며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은 어디에 있건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미국을 위협하면 피난처는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을 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IS의 등장을 놓고 결단을 미루다 소심 외교로 비판 받은 데 이어 미국인 두 명이 참수된 뒤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결국 공습 선언으로 군사 개입을 확대하고 나섰다. 외교 소식통은 “시리아 공습 여부는 미국의 중동 정책의 가늠자나 다름없었다”며 “공습 결정으로 미국의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IS 격퇴 전략은 지상군 파병이 없는 확전이 골자다. 이라크전처럼 미군이 주도하는 ‘대규모 지상전’도 아니면서, 무인 공격기(드론) 등으로 테러 집단 수뇌부를 정밀 타격하는 ‘벌침형 대테러전’에 국한되지도 않는 제3의 공격 전략이다. 공중에선 미군의 공습을 시리아로 넓히고, 지상에선 이라크군, 쿠르드 민병대, 시리아 내 우호적 반군이 IS와 맞서 싸우며, 바깥에선 국제적 연대로 이를 지원하는 삼중 구조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체계화된 공습, 이라크ㆍ시리아의 우호 세력 지원, IS를 고립시키는 테러 방지책 마련, 인도적 지원 계속이라는 4대 방침을 밝혔다.

미군의 주된 역할이 공습이 되며 당장 이라크ㆍ시리아 주변의 육상ㆍ해상에 전개됐던 미군 전력이 공습에 대거 동원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알우데이드(카타르), 알리 알살렘(쿠웨이트), 알다프라(아랍에미리트) 등의 지상 공군기지와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조지 HW 부시 항모전단 등 7곳에서 F-18 수퍼호넷 전폭기 등이 발진하고, 지중해에 있는 구축함 콜 등에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타격하는 공격 전략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에서 또 다른 지상전에 끌려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의 미군 재파병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훈련 등에서 이라크군,쿠르드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 475명을 추가 파병한다”고 공개해 미군의 지원 속에 이라크군과 쿠르드족 민병대 등이 지상전 주력으로 나서는 역할 분담을 설명했다. 추가 파병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은 1600여명으로 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국민에게 테러를 가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믿지 않는다”며 시리아 정부와 선을 그었다. 대신 IS에 반대하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의회가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광범위한 연합을 이끌겠다”며 “이미 동맹국이 이라크 하늘을 날고 있고 무기 지원과 원조에 나섰다”고 밝혀 국제 연대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 IS를 분쇄해 궁극적으로 파괴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위해선 이라크군 등의 지상 전력이 제대로 작동할 지가 관건이다. IS는 기존의 테러 집단과는 달리 돈과 무기는 물론 영토에 준하는 통제 영역까지 확보해 자생력을 갖췄다.

이라크 정부가 IS를 뺀 나머지 세력을 규합해 실전에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 조직해 낼 지도 미지수다. 주변 아랍국과 서구 동맹국들이 국제 연대에 얼마나 적극 참여할지도 오바마 리더십의 숙제로 떠올랐다. 이라크 아르빌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던 한국도 미국의 ‘연대 전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요구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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