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LTVㆍDTI 완화에…정기예금 확 빠지고, 주택담보대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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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금리 탓에 정기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 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61조원으로 한 달 새 2조4000억원 줄었다. 올 들어 7월까지만 해도 14조5000억원 뭉칫돈이 새로 들어올 만큼 은행 정기예금 인기가 높았는데 8월 들어 한풀 꺾였다. 지난달 14일 한은 기준금리 인하(연 2.50→2.25%)를 전후해 시중은행에서 앞다퉈 예금 금리를 낮추면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2%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대신 은행 수시입출식 예금이나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단기운용 금융상품에 돈이 몰렸다. 올 8월 한 달 동안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이 12조6000억원, MMF 잔액이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은행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올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497조원으로 한 달간 5조원 늘었다. 지난 6월(월별 증가액 3조6000억원), 7월(3조1000억원) 꾸준히 늘던 대출 증가폭은 8월 들어 더 확대됐다. 지난달 1일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효과가 컸다.

문제는 경기 부양이란 정부 의도와 달리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빚 돌려막기’에 상당 부분 쓰였다는 점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더 받아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갚는데 쓰는 사람이 많았다. 한승철 한은 통화정책국 차장은 “8월이면 휴가철이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1조원 가량 느는 게 보통인데 올 8월 말 잔액은 지난 7월 말과 같았다. 은행 현장 모니터링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신용대출을 갚는데 쓰는 고객이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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