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단추 교육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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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단추’을 빗대어 자신의 교육관을 밝혔다. 중국 스승의 날(10일)을 하루 앞둔 9일 베이징(北京) 사범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1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교수들과 얘기하면서 “훌륭한 스승은 도덕성과 지조를 갖추고 학생들이 인생의 올바른 길을 걷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청소년 학생들이 인생의 첫 단추를 잘 끼우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은 5월 베이징대를 방문해 교수와 학생들에게 “인생의 단추는 처음에 잘 끼워야 훗날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며 그의 ‘단추 교육관’을 피력했었다. 시 주석은 학생들이 첫 단추를 잘 끼우도록 돕기 위해서는 스승이 이상과 신념, 도덕성과 지조, 견실한 학식, 어짊(仁)과 사랑이라는 4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과서에서 고대 경전의 시가와 산문을 빼는 것은 중국적인 것을 제거하는 비애로 난 정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경전을 배우도록 해 중화민족 문화 유전자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이후 소실된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초·중·고교에 전통문화와 경전 관련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上海)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중국어 교과서에 고전 시가가 단 한편도 수록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획기적인 교사처우 개선을 통해 교사를 사회에서 가장 존경 받는 직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어떤 지역, 어떤 한 아이도 교육의 대오에서 낙오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격차 해소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가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교육문제를 최우선으로 거론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교사 등 지식인들은 ‘지주·부자·반동’ 등에 이어 ‘구린내 나는 아홉 번째(臭老九)’로 불리며 경멸의 대상이 됐었다. 당시 시 주석은 농촌에서 근무하며 이 같은 지식인에 대한 박해를 경험했다.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는 1981년 12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처 서기로 근무하면서 교육계 인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스승의 날 부활을 주도했다.

한편 이날 베이징 사범대에서 한 교사가 시 주석에게 ‘시 다다(大大·삼촌 혹은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붇자 그는 “예스”라고 대답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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