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현장에서 대변봤다가 덜미 잡힌 절도범 검거

중앙일보

입력

영업이 끝난 식당을 돌며 금품을 훔쳐오던 30대 남성이 범행 현장에서 대변을 봤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박모(39)씨를 특가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7월 6일 새벽 3시30분쯤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호프집 뒷문을 드라이버로 뜯고 들어가 현금출납기에서 7만원을 훔쳤다. 뒷문은 조립식 판넬 소재였다. 범행을 마치고 다시 뒷문으로 나온 박씨는 뒷문 앞에 쪼그러 앉아 대변을 본 뒤 현장을 떠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대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다. 유전자 분석결과 대변은 박씨의 것으로 확인됐고 경찰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PC방에서 박씨를 검거했다.

조사결과 박씨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강동ㆍ송파ㆍ도봉구 일대의 식당과 주점 41곳을 돌며 현금 539만원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방비가 허술한 뒷문을 침입로로 노렸으며 특히 드라이버로 쉽게 부술 수 있는 조립식 판넬이나 나무 소재의 뒷문을 범행대상으로 꼽았다고 한다. 경찰조사에서 박씨는 “3년전 가출한 뒤로 직업 없이 노숙과 고시원 생활을 전전하다 돈이 떨어져 이같은 범행을 했다”며 “현장에 대변을 남긴 것은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서준 기자 be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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