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씨의 시 『추억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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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달의 시 중에는 박재삼 씨의 『추억에서』(한국문학), 손기섭 씨의 『그늘』(심상) 장석주 씨의 『나의 시』 정현종 씨의 『거지와 광인』(이상「세계의 문학」 여름호) 등이 평론가에 의해 문제작으로 지적됐다.
박재삼 씨의 『추억에서』는 박씨가 3년 전부터 발표하여 40여 편에 이른 『추억에서』라는 제목의 연작시의 하나다.
그의 고향인 경남 삼천포가 주무대이고 어린 시절에 느꼈던 것을 노래하고 있는데 「있었던 그대로를 써보자」는 작의가 엿보인다.
그는 이 시에서 「앞강」을 어떤 흉하는 것의 상징으로, 「뒷강」을 어떤 망하는 것의 상징으로 보았다.

<모든 것은 오는 것뿐><새로 잎 피는 가냘픈 목숨>이 보여주는 「앞강」의 긍정적 이미지와 <끝 가는 마지막 같이><잦아듦>이 보여주는「뒷강」의 부정적 이미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이 작품의 문학적 성과는 그 두개의 조화된 이미지가 엮어내는 마지막 스탠저에서 얻어진다.
「뒷강」의 어두운 이미지도 부활과 재생이 「햇빛」 속에 약속되어 있었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사물의 양면성 중 부정적인 측면의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현종 씨의 『거지와 광인』과 장석주 씨의 『나의 시』는 둘다 자신들의 시작과 점, 나아가서는 시인으로서의 자기한계를 반성하는 체험적 시론이다.
장씨는 『나의 시』에서 「먹어서 허기를 면할 수도/갈아서 무기로 쓸 수도 없는」이란 표현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시가 무력한 것임을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시의 불멸을 이야기한다.
정씨는 시인을 거지와 광인에 비유하면서 시에 대한 반성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시에 대한 반성은 반시적 시대에 있어서의 시 기능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손기섭 씨의 『그늘』은 그림자의 속성 같은 것을 밝히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끈끈하게 달라붙는 내성의 존재를 확인하고있다. 언어·감정의 낭비가 없고 단순하면서도 함축된 시다. <도움말 주신 분="김용직·박철희·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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