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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흘려 인종의 벽을 허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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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는 지구가족」-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젊은이들이 한뜻 아래 모여 7월의 불볕더위와 맞섰다.
엄격한 단체생활·근로봉사·대화와 오락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을 다지기 위해 마련된 여름챔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지난 22부터 전남 담양군 수북면 성암캠프장에서 펼치는 제16회 국제청년캠프가 날로 그 열기를 더해갔다.
7월31일까지 계속된 이번 국제청년캠프에 참가한 젊은이는 세계 13개국에서 선발된 1백여 명.
외국인으로는 서독이 20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14명, 바레인 5명, 필리핀·타이·리베리아 등에서 각1명씩 모두 45명이 참가했다.
비록 캠프촌은 3년 전까지 마굿간으로 쓰던 건물이지만 캠퍼들은 이런 불편한 사정엔 아랑곳없이 도착하자마자 청소와 함께 프로그램진행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야영대회의 주제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식사준비·청소·오락 등 자치제로 운영되는 캠프생활과 근로봉사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가하자는 의도로 정해졌다.
첫날의 일과는 「남」을 「우리」로 이해하는 작업. 각국에서 참가한 캠퍼들은 5개 팀으로 나누어 팀별로 계곡 가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신을 소개하고, 팀의 리더를 뽑고, 팀 깃발을 만들고….
어떤 팀은 도라지꽃잎에 참가국의 국기를 그려 넣었고 어떤 팀은 자신들의 손바닥을 그려 깃발을 만들었다.
아침6시, 기상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에겐 의무적으로 하루5시간씩의 노동이 과제로 주어진다. 이번 야영대회에서 맡은 일은 현재 건설 중인 청소년야영장의 야외교장 기초공사.
경사가 가파른 산기슭을 깎아 정지작업을 하고 석축을 쌓아 2단계 식 야외교장을 만든다.
삽과 곡괭이를 든 젊은이들이 돌 투성이 산을 깎아내면 여자캠퍼들은 돌을 옮겨다 석축을 쌓는다.
불볕더위에 땀이 비오듯 흐르자 아예 웃옷 셔츠까지 벗어버리고 서투른 일손을 놀리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다.
서독에서 전기기사로 일하는 「헤럴드·시로더」 군(26) 은 『처음 해보는 곡괭이 질이지만 힘든 줄 모르겠다』며 한나절 햇볕에 벌겋게 달아오른 팔뚝을 자랑한다.
청소년야영장은 한 독지가의 숭고한 뜻과 전국민의 성금으로 건설되는 사업이어서 근로봉사의 의미가 더욱 크다.
성암캠프장은 유네스코 전남협회 부회장 홍승민 씨(광주 홍안과 병원장)가 개인 땅 60만 평을 희사, 이곳에 지난해 광주사태 후 전국민이 보내온 성금 3억여 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
캠프에 처음 참가한 노춘희 양(충남대 영문과2년)은 『서투른 일손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지 걱정된다』며 후배청소년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기회에 참가하게 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서독에서 참가한 팀은 직장·대학에서 모인 자원봉사서클로 이번 캠프가 끝나면 전남 완도에서 유치원 건립공사에까지 참가할 계획이다.
캠프의 공용어는 영어와 한국어.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손짓발짓이 모두 동원되지만 노래는 최상의 대화수단이다.
밤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친선의 모임·가면무도회·촌극경연대회·캠프파이어 등 다양하기만 하다.
캠프장의 금지사항은 음주와 개인행동. 하루 5시간의 작업과 식사·청소당번, 프로그램에 따르지 않는 사람에겐 범칙경고가 내려진다.
캠프 첫날밤 갈증을 못 이겨 부근 가게에서 맥주 잔을 기울이던 서독청년 2명은 경고를 받고 자진해서 캠프장을 떠나기도 했다. <담양=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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