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어학 석학들 서울서 열띤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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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언어학 국제학술대회>
한국언어학회(회장 양연석)가 주최하는 「서울 언어학 국제학술대회」가 외국학자 1백여 명, 국내학자 4백여 명 등 5백 명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호텔 크리스틀볼룸에서 28일 저녁 박영수 서울시장이 베푸는 만찬회를 시작으로 1주일 동안의 막을 올렸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생성의미론의 권위자인 「존·로스」 교수(MIT대), 음운론의 저명한 학자 「폴키팔스키」 교수(MIT대), 인식의미론의 제l인자인 「조지·레이코프」 교수(버클리대)를 비롯해 「찰즈·필모아」교수(버클리대), 「버너·사세」 교수(서독 보쿰대), 「핸크·반·림스디크」교수(화란 틸버그대). 「테크·베네만」 교수(서독 뮌헨대)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참석해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특히 70년대부터 세계 연어학계를 풍미하고 있는 「레이코프」 교수의 「인식론적 언어학」이 「레이코프」 교수에 의해 직접 발표 소개돼 국내학계에 학문적 전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인식론적 언어학은 미국의 「브룸필드」나 「사피어」 교수로부터 시작돼 50년대 중반「촘스키」 교수에 의해 완성됐던 「구조언어학」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론이어서 이번 학습발표회에서는 이들 두개의 이론을 옹호하는 학자들 사이에 학문적 대립을 보일 가능성도 보인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언어란 집을 짓는 벽들의 집합체와 같은 것으로 언어학의 목표는 올바른 벽들을 발견하고 이들이 어떻게 어울리는가를 밝혀내는데』 역점을 두고있다. 구조주의 언어학의 대가인 「촘스키」 교수는 그의 논문들을 통해 언어는 『형식론적 수학체제』라고 정의하고 언어의 구문과 의미는 별개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반해 인식론적 언어학에서는 『언어구조가 의미를 반영한다』고 보고 언어학에 논리학의 의미개념을 도입시켰다.
이 이론의 사실상 창시자인 「레이코프」 박사에 의하면 언어학의 목표는 인간생활에서 갖는 언어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다루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리학적 의미론만으로는 언어의 중심인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나타낼 수는 없다는 학문적 고심 꼴에 인식론적 언어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란 생물학적 의미에서 볼 때 하나의 유기체이며 언어는 마음이란 유기체를 성구하는 하위체계』라고 파악했다.
이로써 마음 가운데에서 언어체계와 그밖에 다른 하위체계가 갖는 상호작용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
「레이코프」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 중 최근 「존슨」 교수와 함께 저술한 「개념적 비유」에 대해서도 가볍게 언급, 『예컨대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돈이다」라는 개념적 비유를 마음에 지닌 채 「시간을 낭비한다」 「시간을 할당한다」 「시간을 쓴다」 등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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