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여행객 면세한도 확대 첫날, 공항 면세점 분위기 차분

중앙일보

입력

해외여행객 휴대품 면세한도가 5일부터 기존의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늘어났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입법 예고한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날부터 발효됐기 때문이다. 휴대품 면세한도가 늘어난 것은 1988년 이후 26년 만이다.

면세 한도가 늘어나며 한도 초과품에 붙는 세금도 이전보다 줄게 됐다. 가령 해외에서 1000달러짜리 가방을 사왔을 때 이전까지는 400달러를 제하고 600달러에 대한 세금 약 12만 원을 내야했다. 하지만 이날부터는 600달러를 제하고 400만 원에 대한 세금 8만 원만 내면 된다. 출국 때 국내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다시 가져오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 제도 시행 첫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롯데ㆍ신라 등 면세점은 영업장 안팎에 면세한도 변경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손님을 맞았다. 하지만 늘어난 한도만큼 추가로 ‘충동 구매’를 하는 여행객의 모습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프랑스 유학생 한채리(26)씨는 “공항에 오기 전 시내 면세점에서 총 390달러 정도 쇼핑을 했다. 공항에 와서 더 산 것은 없다”고 했다. 한 씨는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을 다녀가는데 이전에도 면세 한도를 넘긴 적은 없다”며 “좀 더 어렸을 때라면 한도가 늘었다고 좋아라 하며 쇼핑을 더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일본으로 4박5일 여행을 간다는 회사원 김영태(38)씨도 “가방ㆍ화장품 등을 합해 300달러어치 정도를 샀다”며 “오늘부터 면세 한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마음먹었던 것 외에 추가로 더 산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면세 한도가 늘어난 것 자체는 환영한다”며 “다음번 해외여행을 갈 때는 좀더 비싼 걸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업계는 면세 한도가 늘며 중ㆍ저가 가방이나 지갑, 화장품 등의 매출이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난영 롯데면세점 부점장은 “5일 오전 매장을 찾은 고객의 절반 정도가 면세 한도가 늘어난 사실을 미리 알고 찾아왔다”며 “기존 면세한도(400달러)를 약간 넘는 제품을 손에 들고 살까말까 망설였던 여행객들이 앞으론 좀더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총 구매액 면세 한도는 늘었지만 주류 1병(1ℓ 이하, 400불 이내), 담배 1보루, 향수 60㎖ 등 제품별 면세 수량 한도는 그대로다. 때문에 이런 상품들의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면세점 업계 예상이다.

관세청은 이날부터 새 면세한도를 반영한 세관신고서를 입국장에 비치하고, 여행객들에게 “한도를 넘겨 산 물품은 반드시 자진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는 이번 면세 한도 확대 조치와 함께 한도 초과품 미신고 가산세율을 기존 30%에서 40%로 올리는 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개정안에는 한도 초과품 자진 신고 땐 최고 15만 원 한도 내에서 세액 30%를 깎아주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