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커피향의 비밀 … 유전자 지도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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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5000만 잔. 커피의 전 세계 하루 소비량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의 유전자 지도가 5일 처음 공개됐다. 더 향기롭고 더 깊은 풍미(風味)를 가진, 그러면서도 병충해에 강한 커피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프랑스 국립유전체연구소(CEA-Genoscope)의 프랑스 드뇌 박사 연구팀은 흔히 ‘로부스타 커피’로 불리는 카네포라종 커피(Coffea canephora)의 유전체(지놈) 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다.

 카네포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가장 인기 있는 커피인 아라비카(Coffea arabica)의 ‘유전적 부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 카네포라의 지놈을 분석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2만5574개를 찾아냈다. 이어 포도·토마토·애기장대(식물연구 모델로 쓰이는 두해살이 풀)의 지놈과 비교해 1만6000개 이상의 유전자가 네 식물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커피만 갖고 있는 유전적 특징도 많았다. 맛과 향을 좌우하는 리노렐산 관련 유전자가 애기장대는 1개뿐이었지만 커피는 6개나 됐다. 각성효과를 내는 카페인을 만드는 유전자는 커피만 23개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커피의 카페인 유전자가 카카오·차 등 다른 식물의 카페인 유전자와는 다른 경로로 생겨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 식물·유전학연구소의 다니 자미르 박사는 “이번 연구 가 새 품종을 만들어 커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커피의 주산지인 중남미에선 커피 잎을 감염시키는 곰팡이병이 번져갈수록 생산량이 줄고 있다. 같은 품종을 대량 재배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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