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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서울교육청 '자사고 폐지' 정면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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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둘러싸고 갈등해온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개 자사고를 지정취소키로 한 데 대해 교육부는 시정명령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할 때 교육부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한다.

 시교육청은 4일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우신고·중앙고·이대부고 등 8곳에 대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에 대한 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면 교육부 협의를 거쳐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서남수 전 장관도 ‘자사고는 중상위층 계층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도록 한 시대착오적이고 기괴한 형태의 학교’라고 했다”며 “진보·보수 논쟁을 떠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고교평준화를 실현하기 위해 모교인 중앙고도 (취소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협의 요청을 반려하겠다는 교육부 입장에도 시교육청은 지정취소를 강행할 방침이다. 윤오영 교육과정정책과장은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에게 면담을 제안했으니 전향적으로 교육청의 요구를 받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협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자사고가 청문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교육감 권한으로 지정취소하겠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을 맡은 신민정 변호사는 “시행령에선 협의를 거치라고 했을 뿐 교육부의 동의·부동의에 따라야 할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협의 조항은 사실상 사전 동의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박성민 학교정책과장은 “과거 몇 차례의 자사고 지정취소 사례 모두 교육부 동의를 거쳐 이뤄졌다”며 “시교육청처럼 잘못 해석할 수 있어 ‘협의’를 ‘동의’로 바꾸는 시행령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지정취소를 강행하면) 지방자치법 169조에 따라 시정명령과 행정취소 처분을 내리고 분쟁이 계속되면 교육감을 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지정취소 방침에 반발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정취소 를 철회하고 조 교육감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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