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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유연한 한국, 글로벌 기업엔 뻣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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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지난 9월 1일은 우리 가족이 서울에 온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 동안 한국에서의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고,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롭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의 5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 가족은 외국인들에게 있어 서울 생활의 즐거운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내가 한국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들 중 하나는 바로 한국의 역동성과 한국인들 고유의 “할 수 있다”는 정신이다. 이는 거의 피부로 느껴질 정도이다. 외국에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와 거대한 인천공항에 내리는 때면 어김없이 주변의 활기와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는 항상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한국은 매우 빠르게 변하는 곳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나는 그 점이 한국의 가장 큰 장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한류 열풍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 여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20억 회를 돌파했다는 소식은 나를 매우 신나고 들뜨게 했다.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도, 내가 한국에 머무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은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G20서울 정상회담과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를 주최하였으며,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자유무역협정(FTA) 허브로 자리 매김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급부상한 국제적 위상은 동시에 한국이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도 책임감과 리더십을 갖고 행동 할 것을 기대하게 한다. 때때로 나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해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간혹 실망하곤 한다. 소위 ‘너무 성공한’ 외국계 기업들, 다시 말해 특정 산업의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종종 부정적인 언론 보도, 과도한 감사 및 지나친 정보공개 요구 등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러한 상황은 변화에 유연하다는 한국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예상치 못한 결과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규제 및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한국 경제의 큰 약점이 될 수 있으며,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인근 지역의 더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다른 경제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한국처럼 단일민족적 정신이 강한 사회에서는 많은 경우 외국인들을 배척하기가 쉽다. 비록 국내에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 어느덧 한국 사회도 인종적 다양성이 확보되었지만 가끔 한국인들이 특정 외국인 집단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몇 주 전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인들에게 불공평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기사를 읽고 실망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한국의 국제적 명성을 깎아 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은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다문화를 수용하고 외국인을 존중하면서 공평하게 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감사하다.

 여성 리더십 측면에서도 한국은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남녀간 소득 차이 및 남녀간 집안일 비중에 대한 통계들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에 속한다는 통계 보도는 마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한국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거듭 말하듯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는 중요한 변화들이 많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더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에 갖게 되며 점진적으로 회사 고위직급에 오르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말할 필요 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여성들에게 있어 사회적 성취에 대한 큰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내 딸도 여성 대통령이 정치하는 한국에 살고 있단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최근에 내 친구가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 가족은 정말 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역시 한국이 믿기 힘들 정도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국 사회가 한걸음 더 발전해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매우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