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상 생생히 증언|미 월남전 참전 용사가 직접 영화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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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미국의 한 월남 참전 용사가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의 미 연방 항공 관리국에서 항공 관제사로 근무중인 「휴·맥루어」씨 (36)로 그는 l967년부터 월남전에서 환자 수송용 헬리콥터를 조종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이같은 월남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손수 시나리오를 써서 이를 다시 영화화하여 월남전에서 싸운 미국 병사들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Must: The Vietnam Years』. 그가 이 영화를 쓰고 제작하는데는 무려 4년이 걸렸는데 자신이 직접 배우로 출연까지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주로 월남전의 역사를 그리는 식으로 만들어졌으나 월남전 동안 활약한 미국 의료 수송단의 활약상을 폭넓게, 그리고 정확하게 다루고 있다.
「맥루어」씨가 이 영화를 만들게된 동기는 그가 『C대대의 소년들』이라는 영화를 보고 그것이 저질일 뿐 아니라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자극 받아 그는 1977년부터 그가 손수 체험한 월남전을 토대로 월남전을 있는 그대로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어 그가 본 『디어·헌터』나 『현대 묵시록』도 월남전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면서 자기가 만든 이 영화는 월남전에 참가했던 예비역 군인들을 출연시킨데다 진실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좋은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더스트오프·프러덕션」이라는 영화사를 설립했는데 여기에 돈을 댄 사람들은 월남전 참전 예비군들이다.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는데 미국 월남 참전 용사회, 국방성 그리고 월남전 의료 후생 부대에서 근무했던 조종사나 승무원들로 구성된 「더스트오프」 협회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맥루어」씨는 1969년 월남으로부터 귀국한 즉시 그 당시 한참 고조되었던 반전 운동에 뛰어든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결혼해서 지원병으로 월남에 갈 때 슬하에는 어린 두 아들이 있었는데 1969년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의 아내는 집을 버리고 도망을 간 후였다는 것.
환자 후송 부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를 띠고 있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을 자주 가야하는데 그는 월남 체류 13개월 동안 6백회의 임무 수행 비행을 하는 동안 무려 4번이나 격 추 당하는 불운을 맞아야했었다. 그의 헬리콥터에는 분명히 적십자 마크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워싱턴 UPI=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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