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초함 속에 무한한 꿈을 간직-오숙자(작곡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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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하얀 꽃잎과 짙은 노란색의 꽃 바탕 그리고 쑥갓 잎을 닮은 짙은 녹색의 잎새가 달린 마가렛은 청초하기 이를데 없는 초여름의 꽃이다.
신록이 아름다운 6월에 결혼을 하는 신부들을 서양에서는 「준브라이드」라고 해서 모두들 부러워한다. 이 6월의 신부가 입는 순백의 드레스와 어울리는 화관과 꽃다발을 만드는데 마가렛 보다 더 좋은 꽃이 있을까-
나는 오늘도 꽃시장을 들러 싱싱한 마가렛을 한아름 사다가 큼직한 백자 병에 듬뿍 꽂아놓고 바라보고 즐거운 회상 속에 빠져든다.
그 꽃 속에 몇년전 6월, 내가 가장 사랑하던 여동생이 흰 레이스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가렛 꽃 속에 묻혀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던 더할 수 없이 아름답던 모습이 떠오른다.
청초한 모습과 함께 마가렛은 그 이름이 아름다워 서양에서는 아름다운 딸을 낳으면 즐겨 마가렛이란, 꽃 이름을 붙여 준다. 또한 남유럽의 처녀들은 이 꽃잎을 뜯으면서 자신의 가슴에 품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점친다고 한다.
무한한 꿈과 청초함을 간직한 마가렛은 또한 내가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와도 맥이 통해있다.
삭막한 일상 속에 꽃이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신선함과 향기를 불어넣듯, 나도 인간의 메마른 가슴에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신이 만들어준 자연은 아름답다. 그 속에서도 꽃들은 더욱 아름답다.
또 음의 진동으로부터 선율의 높이와 강도, 그리고 다양한 음의 혼합으로 이루어지는 화성의 색조와 박자의 길이를 가지고 인간의 가슴에 하나의 감동으로 부딪는 음악은 지고의 아름다움이다. 화병에 꽂혀진 마가렛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끝간데 없는 상념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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