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경제 회생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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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의 우등생국가로 추켜왔던 서독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서독병」을 앓고 있다.
지난2일 마르크화는 4년래에 최저시세인 달러당 2·36마르크로 하락했다. 서독은 원자력발전 플랜트수출경쟁에서 프랑스에 참패 했는가하면 폴크스바겐이나 벤츠가 일본차에 밀려나가고 있다. 경영자들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채 전자산업등을 경시함으로써 기술개발에 뒤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등 몇개국이 서독에서 도입한 기술을 개발, 보다 좋은 제품을 역수출해서 서독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독수출의 화려한 역할은 원자력발전 플랜트가 맡아왔다. 그러나 최대의 경쟁상대국인 프랑스가 정부지원하에 수출을 밀어붙임으로써 서독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원자력 뿐만아니라 에어버스나 기계등 대형수출에 있어서도 프랑스에 앞자리를 빼앗겼다. 이것이 서독경제를 불황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마르크화의 값도 덩달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독경제의 허점은 지난74년이후 78년까지 설비투자를 거의하지 않았던데 있다. 연구개발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서독기업들은 강력한 마르크화를 미국등 해외에 투자할줄만 알았지 국내는 별로 거들떠보지 않았다. 남을 공격하고 있는 사이에 국내수비가 허약해졌다.
서독경제가 고통을 받는 또하나의 이유는 지난79년 제2차석유위기대책이 너무 허술했다는데 있다. 74년 1차위기때는 중장기재정계획이나 경제안정법등 적절한 대책이 있었지만 2차위기에는 단기적 대책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술자의 나라 서독이 너무 방만했다는 자아비관도 일고 있다. 「좋은제품은 팔린다」는 단순한 생각때문에 기업활동이 퍽이나 둔화됐고 마키팅분석도 부족했다.
경쟁상대국이 좋은 물건을 빨리 만들어 팔려고 발버둥치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독의 기업경영인들이 50년대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로 주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며 의욕조차 잃었다고 주장한다고 미국·일본등 일부기업들이 새로운 히트산업을 겨냥해서 젊은 경영인들을 등장시킨 것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진국경제의 스타 자리를 지켜온 서독이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서독법은 치료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독은 우선 에너지절약정책에서 성공했고 이번 경제위기를 좋은 기회로 삼아 자동차등 주요 산업부문에서 설비투자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기술에 강하다」는 우월감을 갖고 컴퓨터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계부문의 수출에서는 역시 서독이다. 마르크 값이 떨어져도 기계수출은 꽤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독은 가장 건실한 종소기업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지금의 서독경제는 1년반전의 일본경제와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금년말에는 국내경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서독은 컷지만 승리는 이제부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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