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수 동양화전…4년만에 마련|바위·노송 등 소재로 한 대작 4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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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울창한 숲속 작은 빈터에 등이 굽은 한 노인이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양화가 남정 박노수씨가 그의 작품 「임하」에 담은 노인의 모습이다(10일까지 현대화랑초대).
4년만에 마련된 이번 작품전은 그가 30여년간 추구해온 격조의 세계를 내면적으로 심화시킨 것으로 대작위주의 40여점이 전시돼있다.
그리 모나지 않은 바위와 노송·노인·소년·말(마) 등을 소재로 군청과 등황의 주조색을 사용하여 한가로운 자연의 정경을 묘사한 것이 그의 작품세계.
깔끔한 세선과 투명하면서 세련된 농담이 탁 트인 공간 속을 달리는 그의 화면은 단순미와 장식미가 한껏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생성해내고 있다.
커다란 암석사이로 무성하게 파초가 자라나 있고 그 한구석에 바위에 기댄 채 피리를 불고 있는 소년의 그림이라든가 어스름한 강변 길을 따라 말을 몰고 돌아오는 소년을 그린 것들은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들.
평화와 안식이 있는 한가로움을 잊은 지 오랜 도시인에게 이상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볼만한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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