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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메뚜기 떼 습격…"30년 농사 짓다 이런 일은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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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마리로 추정되는 풀무치 떼가 전남 해남군에 출현해 수확을 앞둔 벼 등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줬다.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던 풀무치 떼는 사흘간에 걸친 방제작업 끝에 겨우 확산세가 멈췄다.

31일 해남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메뚜기 비슷한 0.5~4㎝ 크기의 곤충 떼가 산이면 간척지 일대에 나타나 벼와 기장 등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곤충은 불과 며칠 사이 수억 마리로 불어났으며, 이들이 지나간 논은 황무지처럼 변했다. 주민 김성춘(56)씨는 "3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일은 처음본다"며 "쓸고 지나간 나락들은 줄기가 다 끊어져 갈아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곤충은 풀무치 새끼로 확인됐다. 풀무치 떼는 29일 해남군이 본격 방제에 들어갈 때까지 약 20만㎡ 농경지에 피해를 줬다. 현재는 대부분 죽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왜 풀무치가 갑자기 늘어났는지는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올해 습도가 높아 번식하기 좋았다고 추정하는 정도다.

한편 풀무치 피해를 본 해남 지역 간척지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들이 바닷물에 잠기는 피해까지 발생했다. 31일 자정쯤 화산면 관동리 관동방조제로 바닷물이 유입돼 간척지 논 100만㎡가량이 물에 잠겼다. 밀물 때 닫혀 있어야 할 배수갑문이 열려 바닷물이 역류했다. 해남군은 관리인 김모(53)씨를 상대로 배수갑문을 닫지 않은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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