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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물든 경산 벌|열차사고 무엇이 문제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번 사고는 한마디로 열차가 자주 운행되는 철도건널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기관사 및 당국의 무리한 열차운행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솔선수범 해야할 공무원이 우선 멈춤 표지를 무시한 채 철도건널목을 마구 지나갔고 기관사들은 연속접속 운행으로 열차가 폭주하고있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안건수직마저 지키지 않은 채 후진을 했다.

<안전수칙무시>
이번사고의 제1원인이 된 것은 고산면산업계장 구토웅씨(38)와 직원 김기주씨(40)의 어처구니 없는망동-. 사고가 난 건널목에는 간수나 차단기는 없었어도 경보기와 우선멈춤 표지판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구씨 등은 이곳을 그대로 통과하려다 사고를 빚은 것.
더구나 구씨등은 열차가 달려오자 수많은 승객에게 닥쳐 올 위험은 생각지도 않은 채 오토바이를 레일위에 그대로 버려 둔 채 달아나 버렸다.

<기관사의실수>
특급열차기관사의과오 또한 뼈아픈 문제였다.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급정거해 열차가 서는 순간 특급열차기관사 문씨는 규정상 우선 고모역에 무선으로 사고신고를 했어야했고 더구나 열차를 후진시킬 경우 뒤따라오는 열차에 무선연락을 취하고 다음역인 고모역장의 승인을 받아야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문씨는 앞서가던 보급열차가 특급열차 때문에 경산역에서 대기했던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급열차가 곧 뒤따라오리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이와 함께 열차가 후진할때 여객전무는 열차에서 반드시 내려 뒷방향을 살피며 신호를 해야한다는 원칙도 무시했다.
특급열차의 여객전무 김암자씨는 9호객차의 승강구에 탄 채 신호를 보냈던 것.
특급열차의 승무원이 미리 뒤쪽으로 달려가 보급열차에 신호를 보냈던들 이번의 엄청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신호무시>
경산역과 고모역 사이에는2개의 자동폐색신호기가 세워져 있었다.(그림참조)
자동폐색신호기는 앞서가는 열차가 두 구간을 앞질러갈 때 푸른 신호등이 져진다.
즉 앞서가는 열차가 고모역쪽을 향해 D구간을 달릴때 경산역에는 푸른신호등이 켜지고 제1자동폐색신호기에는 노란등, 고모역에는 빨간등이 각각 켜진다.
이 경우 뒤따라가는 열차는 푸른 신호일때는 정상속도로, 노란신호일때는 시속45km로, 빨간신호일때는 멈추게 되어있다.
따라서 사고지점에 특급열차가 멈췄을 때 제1자동폐색 신호기에는 빨간등이, 경산역쪽에는 노란등이 켜있어 보급열차는 45km의 속도를 내야했으나 사고당시 보급열차는 시속l백km의 속도로 달렸었다.
경찰조사결과 자동폐색신호기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특급열차가 제l자동폐색기룰 이미 지나갔다가 다시 되돌아갔으므로 한 구간에 2개의열차가 있게돼 폐색기와 자동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해도 이를 뒤 열차가 알 수 없어 사고를 빚은 것.

<무리안운행>
이번 사고로 특히 두드러진 것은 경부선이 안고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인 연속접속 운행. 경부선은 현재 복복선이 아닌 상태에서 열차를7∼14분간격으로 출발시키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정시운행을 하지 못 할 경우 이번처럼 2분차이로 열차를 출발시키는 사태가 불가피하다.
부산∼대구간의 경우 특급·우등·보급등 43개 열차(상행)가 상오 0시44분∼하오11시44분까지 23시간동안 평균7∼14분간격으로 운행되고있어 사고 위험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부족한 안전시설>
열차운행이 폭주되고있는 우리나라의 철도사정에 비해 이를 조정하는 통제시스팀은 전근대적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각종운행스케줄을 자동조절하고 안전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 중앙집중제어장치 (CTC)는 현재 중앙선의 망우∼봉양간과 수도권전철구간에만 설치돼 있을 뿐 나머지 전국의 다른 선로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직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혹사 당하는 기관사>
기관사들은 한번 열차를 타고난 뒤에는 적정휴식시간이 24시간인데도 일손부족 등을 이유로 실제로는18∼20시간밖에 쉬지 못해 항상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근무 중 안건사고 등에 신경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
일부 역에서는 기관사들을 위한 합숙소가 없어 여인숙에 투숙,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이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15년이나 뒤떨어진 철도시설, 기관사들의 근무조건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철도사고를 완벽하게 예방 할 수는 없다는 것 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형열차사고일지>(해방후)
▲45. 9. 23=대구역구내 열차 충돌 사망73.
▲46. 11. 13일=영등포역 열차 충돌 사망41
▲48. 9. 14일=충남대천역 열차추돌 사망1백 (미군25명포함)
▲49. 8. 18일=죽령터널질식 사망46. 부상 3 백 1
▲50. 10. 6일=무??역 열차충돌사망19, 부상 7
▲51. 6. 24일= 삼거리∼신흥리 열차탈선 사망46
▲52. 9. 27일= 영등포∼오류동간열차탈선 사망13, 부상 1 백59
▲53. 1. 2일=이원∼삼척간 열차탈선 사망29, 부상36
▲53. 8. 7일=삼성역 열차충돌 사망15, 부상17
▲54. 1. 30일=오산열차탈선 사망56,부상78
▲55. 3. 2일 =부산역 열차화재사망42, 부상45
▲68. 12. 19일=의정부열차 병원차충돌 사망10, 부상16
▲69. 1. 8일=휘경역 열차·버스충돌 사망18, 부상68
▲69. 1. 31일=천안역 열차충돌사망41, 부상 1 백 8
▲70. 10. 13일=모산역건널목열차사고 사망46, 부상30
▲70. 10. 17일=원주터널 열차·화차충돌 사망14, 부상47
▲71. 10. 13일=남원열차사고 사망20, 부상48
▲73. 8. 13일=영동역 유조열차탈선 사망38, 부상12
▲75. 6. 14일=전남장성 버스·일차충돌 사망12, 부상74
▲76. 5. 23일=도봉구 방학동 갈월 건널목 유조 트럭과 충돌 사망19, 부상98
▲77. 7. 24일=충북 옥천지탄역 열차추돌 사망18, 부상 1 백52
▲77. 11. 11일=이리역 화약열차 폭발 사망56, 부상1천3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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