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짓눌린 「터키」허리띠 졸라매는 초긴축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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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플레에 허덕이던 「터키」 경제가 잔뜩 허리띠를 졸라 메고 있다. 흥청거리던 수도 「이스탄불」 조차 여간 쓸쓸해지지 않았다. 중심가의 상점들도 땅거미가 짙어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불을 켜기 시작한다.
20%수준이던 은행금리는 50%까지 올랐고 눌러오던 가격통제를 뒤늦게 푸는 바람에 밀린 물가가 한꺼번에 인상러시를 이루었다.
기업들은 전에 없던 자금난에 아우성이고 소비자들은 엄청난 물가에 아예 「안사기작전」으로 견뎌낸다.
지난해9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부는 인플레의 단절을 위해서는 무슨 수라도 쓰겠다는 단호한 태도다.
흥청거리던 소비풍조의 만연부터 뜯어고치고 기업들도 돈값 비싼줄을 단단히 깨닫게하겠다는 초긴축정책이 강행되고있는 것이다.
자동차판매는 거의 중단상태에 빠졌고 건설업자들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제2차 오일쇼크속에 가뜩이나 어려워진 형편에 저마다들 못살겠다고 불편을 쏟아놓고 있지만 덕분에 인플레의 고삐는 서서히 잡혀가고있다.
지난해 연초 1백%(연솔)를기록했던 물가는 최근 50%선으로 떨어졌고 금년말까지는 40%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당국자들도 이제는 ◀금을 더 거뒀으면 거뒀지 걸핏하면 돈을 찍어 대던 버릇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또 힘에의한 가격통재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는 뒤늦게 깨달았다. 철저한 가격통재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암시장만 키워 놓고 말았다. 기업이 만든 물건은 태반이 암시장으로 흘러나갔고 암시장의 거래규모는 정상적인 거래보다도 비대해졌다.
또 소비자를 보호한답시고 식료품과 비료값의 90%를 정부가 보조해줬고 이 보조비만해도 정부예산의 40%에 달했다.
심지어 비료의 소비자가격은 비료를 담은 비닐 부대값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묶어놓고 나머지를 모두 정부가 보조해준 것어다.
최근 이 보조비를 모두 삭감해버리자 비료값은 4백50%가 올랐다.
기름값이 오르자 난방비가 모자라 문을 닫는 기업이 생겨나는가하면 장관들도 오버코트를 입은채 설렁한 사무실에서 일을 보게 되었다.
정책당국자들은 내친김에 높게 쳐놓았던 수입장벽도 허물어 버리겠다는 태도다.
그동안 국내산업을 보호하기위해 수입을 강력히 규제해왔으나 기업들이 값올리는 것만 편리하게 해줬을뿐 자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은 날이갈수록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금년 수출목표가 잘돼야 40억달러인 형편에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입개방을 통해 나태에 빠진 국내기업들에게 자극을 주어야겠다는 판단에서다.
풍부한 농산물·산림자원·지하자원등 수출의 잠재력은 어느나라 못지않으면서 대부분의「터기」기업들은 앉아서 재닭만잡아먹어온셈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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