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이 "우리는 한 가족" 대화로 인생을 배운다|장 단대 총장, 「대화의 도장」수단제를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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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스승과 제자가 침식을 같이하며 가슴을 열고 「강의」아닌 「대화」형식을 통해 학문과 인생을 배우는 캠퍼스 밖 수련장이 지난 3일 총장사저에서 문을 열었다.
국내 대학에서 처음으로 운영되는 교수·학생간 대화의 광장은 단국대 수단제(서울 화곡동61의81).
대지 1백53평·건평 1백31평의 2층 양옥집(시가 1억5천만 원)은 얼마 전까지도 장충식 총장의 사저였다.
2층에는 10평 크기의 응접실과 5평 짜리 침실 4개가 있고 아래층엔 침실 2개·응접실· 오락실·대형식당 등이 있고 20평 넓이의 잔디정원이 꾸며져 있다.
장 총장이 가족들과 살던 이 집을 학교에 기증한 것은 지난 3일. 장 총장은 교수와 학생들이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책에 없는 인생경험을 교환하며 강의실에서 갖지 못하는 정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이 집을 학교에 기증하고 자신과 가족들은 천안캠퍼스 근처인 도고의 방3간 짜리 한옥으로 옮겼다.
수단제 운영은 완전히 참가학생들의 자치제로 1기에 4박5일. 초청교수를 학생들 스스로가 선정하고 대화의 테마도 학생들이 정한다.
지금까지 초청된 교수는 장충식 총장·김석하 부총장·예종덕 학생처장·정영호 박물관장.
수단제 생활은 월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낮에는 학교에 나가 강의를 듣고 저녁에만 이곳에서 지내는 가정생활 방식이다.
학교측의 수단제 1년 예산은 2천만원. 따라서 학생들에겐 이곳 생활이 완전 무료다.
단국대는 매주 1기씩 방학기간을 제외한 올해 28주를 통해 3백여 명의 단국대학생을 이곳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4년 동안 1천3백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수단제 1기생 이순옥양(22·식품영양학과2년)은 『평소 가까이 뵐 수 없어 어렵고 무섭기까지 했던 총장·교수님들에게서 어릴적 개구쟁이시절 이야기부터 한 인생을 경영해온 과정을 듣고 보니 진짜 살이 되는 공부를 한 셈』이라고 즐거워했다.
7일 초청교수로 하루 밤을 보낸 정영호 교수는 『솔직히 말해 숙직하는 기분으로 나갔다가 허심탄회한 토론과 대화로 새벽 1시 반을 채웠다』며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얻는바가 많았다』고 했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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