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펼치는 「겨레 시」짓기 운동-『벌판에 서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눈에 선 하늘과 땅
아주 아득함이여
손들어 불러 봐도
돌아 보지 않는 산하
깊은 밤
불빛을 건져
저 벌판에 던진다.
빗금 다시 긋고
등솔기만 내민 자락
억새 울음 부어 올라
낮달 희게 죽어 있다
외면한
살바람 한점
지푸라기 꽃 떨고.
녹슨 이 갈림길에
허수아비 홀로 서서
고요의 잔을 들어
또 뉘와 이별인가
별 젖는
발끝 아래선
봄의 숨결 긷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