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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생활화로 청소년의 덕성을 기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국민학교 4학년만 되면 어지간한 어른 못지 않게 스케줄이 바빠진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과외폐지 이전의 이야기였지만 이 말에서 긴장된 경쟁시대를 살아가야만 할 어린이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 사람은 나뿐이 아니리라.
과외폐지는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들을 어린이다운 자리로 돌아가게 해 주었고 어른들에게는 그 나마의 애처로움을 덜어준 셈이다. 우선 무엇보다 다행한 것은 『이 사회에서는 무조건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이 정착할 우려가 없어진 것이라 하겠다.
이제 새 정부가 청소년 사회교육의 중요성울 강조하고 그 대책의 하나로 청년연맹을 조직한다는 신문 보도와 함께 문교부는 청소년의 여가 활동으로 스포츠의 생활화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 스포츠만큼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은 없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인종의 여하를 막론하고, 남녀 구별 없이, 또 직업의 차별 없이, 더욱 계층간의 간격없이 스포츠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포츠만큼 공명 정대한 것은 없다. 어떤 정신이 개입될 수도 없다. 강한 자(실력)는 이기고 약한 자는 패한다. 스포츠활동에는 참 평화와 평등 그리고 자유와 기쁨이 보장된다.
실력만이 판가름을 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더욱 스포츠활동을 함으로써 강건한 체력을 기른다. 건강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다.
영국에서는 스포츠맨은 신사라고 한다. 스포츠는 규칙을 준수하고, 규칙에 따라 페어플레이를 한다. 신사는 사회적인 룰, 즉 규범이나 규칙(법)을 지키고, 룰에 따라 명랑하게 행동한다. 그러니까 스포츠맨은 신사라고 하는 것이다.
몇 해전에 대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대만정부의 주선으로 반공구국청년연맹의 조직과 시설을 시찰했다.
그런데 그 시설은 대만의 산과 들, 해변과 호수 등 명승지 20여 곳에 달하는 스포츠활동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 캠프시설이었다.
대만정부가 이것을 구상한 것은 중국본토대륙을 중공에 뺐기고 대만으로 천도하고 나서 제일먼저 구상한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즉 청소년으로 하여금 캠프에서의 단체 생활을 통해 서로 믿고 협동하며 반공이념을 갖고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강건한 젊은이를 육성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들은 방대한 대륙을 잃고 비로소 청소년사의교육의 중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처음에는 과연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의심도 있으나 1년도 못가 캠프를 찾는 청소년이나 가족들이 많아 1년전에 신청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국회에 야외 레크리에이션 자원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체력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62년에 2000년대를 목표로 한 국가적 규모의 전 국토 공원(레크리에이션시설)개발과 자연보호에 관한 보고서(28권)를 내놓고 그 자료에 따라 주마다 야의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추진하고있다.
서독은 61년 15년 계획으로 황금계획을 발표했다. 마을의 중심부를 스포츠 지역으로 확보하고 주택부근에 스포츠 시설을 갖추어 모든 국민에게 스포츠의 생활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프랑스」·영국·일본·소련 등도 마찬가지며 「스웨덴」이나 「덴마크」 「핀란드」는 마을마다 스포츠 시설을 갖추어 연회비 1크라운(5백원정도)만 지불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즉 먹고(영양). 일(공부)하고, 운동(체력기르기)하는 것이 하루 일과다.
우리 나라에서 이제 탄생하려는 청년연맹도 청소년들이 대자연속에서 스포츠 활동이 중심이 되는 캠프에서 친구와 더불어 협력하는 생활 속에 믿음과 사랑을 체험하고 신사가 되는 수업을 하도록 하자. 신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곧 덕육에 해당된다.
쇠는 달았을 때 두들겨야 하며, 아무리 귀한 나무도 떡잎 때의 손질의 결정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청소년 교육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습관은 나무껍질에 새긴 글씨와 같이 그 나무가 자라는데 따라 그 글자도 더불어 커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연세대·체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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