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영진(1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화약「그룹」은 모기업인 한국화약을 비롯해 16개 기업체를 두고있으나 올해 주총에서 단 한명의 사장도 바꾸지 않은 채 전원 유임시켰다.
다만 부사장 1명, 상무 4명, 이사 7명, 이사대우 18명을 새로 탄생시키고 부사장 1명, 상무 1명, 이사 2명을 수평 이동시켰으며 신규로 전무 1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한국화약「그룹」이 올해 사장급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은 현재의 진용이 별로 흉잡을 데가 없으며 불황의 늪을 건너면서 말을 바꿔타지 않고 내실을 기한다는 김종희 회장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이「그룹」은 지난해 주총에서 노령의 우정호 한국「베아링」사장 후임에 옥강휘 당시 한국화약전무를, 임영대 대일유업사장 후임에 오태환 종합기획실장을 발탁하고 지난 1월에는 배종승 제일증권사장 후임에 이찬인 태평증권전무를 채용했었다.
그러나 올해 인사 중 공채5기 (67년입사) 에서 「엘리트」로 꼽히는 18명을 한꺼번에 이사대우로 승진시킨 것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신진을 대거등용함으로써 좀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고있는 조직에 활력을 넣자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한국화약「그룹」의 경영진은 대체로 52년 한국화약 설립 이후 김회장과 함께 기업을 키워온 원로층과 60∼70년대의 성장기에 외부에서 발탁돼 온 40∼50대 초반의 중견층, 그리고 63년 이후 공채로 입사해 상무급 이하의 골격을 이루고있는 소장층으로 구분된다.
간판기업인 한국화약의 신현기 사장과 태평개발의 권혁중 사장이「그룹」의 원로이자 김회장의 측근보좌의 역할을 한다.
신사장은 연대 화학과 출신으로 해방후 비료회사를 거쳐 56년에 한국화약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화약제조과장으로부터 출발, 요직을 거치면서 뛰어난 통솔능력을 발휘해 한국화약의 기둥이 됐다. 77년 11월 이리역 열차폭발 사고때는 모든 책임을 지고 옥고를 치르기도했다.
권사장은 김회장을 도와 한국화약을 세운 창업공신으로 평사원으로부터 한국화약전무를 거쳐「플라자·호텔」사장을 맡고있다.
그 뒤를 이어 옥강휘 한국「베아링」사장이 68년 기획원 사무관에서 과장대리로, 김영균 태평양 건설사장이 66년 한양공대강사에서 과장으로, 박영종 고려「시스템」사장이 73년 한전에서 부장으로, 오승한 성운물산 사장이 해군준장으로 예편 후 이사로, 오수인 「골든· 벨」사장이 이사로 입사해 경영진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편 공채출신으로는 1기(63년입사)에서 3기(65년입사)까지가 상무가 됐으며 4기가 대부분 이사로 승진했고 올해 5기에서 대량의 이사대우를 배출했다.
한국화약「그룹」의 경영방침은 회장직속인「그룹」경영관리실의 종합적인 「컨트롤」아래 각사가 철저한 책임경영하는 체제를 택하고 있다. 경영관리실은「그룹」전체의 사업방향을 선정하고 심사분석·인사·교육·기획 등을 맡고 있으며 감사권까지 갖고 있어 수시로 특별감사를 실시한다. 올해 주총에서 경영관리실장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올린 것도 경영관리실의 역할을 중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단회의는 다른「그룹」과 달리 한달에 한번씩 두번째 화요일에 서소문 한국화약「빌ELD」에서 연다. 이날은 회의에 이어 경영관리실에서 준비한 특정「테마」를 놓고 「세미나」형식의 토론도 벌이고 외부인사를 초청, 강연을 듣기도 한다.
김회장의 매부이며 석유의 권위인 김영일박사 (지질학) 가 경인「에너지」부사장으로 있으나 그 밖의 인척 또는 친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회장의 친정체제다.
또 지연이나 학별을 따지는 풍토도 없다.
한국화약「그룹」의 인사는 좀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사도 대체로 소폭인 편이며 연공위주로 파격을 꺼린다. 「평생직장」이라는 분위기가 널리 보급돼 있다.
김회장도 기회있을 때마다『우리가 소비품처럼 쓰고 버리는 식이 돼서는 안된다』며「근면한 식구」가 되는 것을 강조한다.
이리역 사고로 한번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그후 사업을 벌이지 않고 내실을 기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올해도 지난해보다 매출액을 62% 올려 1조 3천억원으로 잡고 있으나 가장 내세우는「슬로건」은 역시「내실」이다. <신종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