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의사·간호원 구구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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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봉천5동 구암국민학교2학년3반 교실-
하얀 천으로 곱게 덮인 책상을 마주하고 젊은 의사(?)앞에 감기·배탈환자 등 1백여명이 몰려 차례를 기다린다.
환자들에게 일일이 청진기를 들이대는 흰「가운」의 의학도·「나이팅게일」의 꿈을 가꾸는 예비간호원들의 모습이 그렇게 분위기에 어울릴 수가 없다.
진료기구라고 해봐야 청진기·현미경·가위·수술용「메스」·「핀세트」·치과용「엔진」·감자(썩은 이를 뽑을 때 사용하는 용구) 등이 고작이지만 응급처치는 물론 피부에 난 종양까지도 거침없이 치료한다. 『남을 구하고 나를 구한다』-.
「클럽」 『구구』는 대학생 의료봉사「서클」.
회원들은 모두 의대·치대·약대·간호대학생들로 회원수는 현재 70여명.
이들의 활동은 크게 매주 수요일에 갖는 집단회와 격주마다 무의촌진료봉사로 나뉜다.
집단회는 특정한 주제(예=「감기 」「피임법」등)를 정해 주제발표를 하고 이어 회원간의 분임 토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대체로 진료봉사를 위한 준비과정인 셈.
이번주 주제는 「임상검사」. 김상은군(24·서울대의대4년)이 발표하고 회원들은 조를 짜▲혈액검사 ▲요검사 ▲대변검사 ▲객담검사 등 그 구체적인 시술방법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은 뭐니뭐니해도 2주일마다 한번씩 갖는 진료봉사.
지난해 9월부터 이곳 구암국민학교에다 진료소를 차려놓고 진료해준 환자수가 줄잡아 1천여명. 나갈 때마다 병원을 마다하고 이들을 찾는 주민들로 이동진료소는 연일 초만원이다.
『어른들은 소화기계통의 환자가 많고, 아이들에겐 호흡기질환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은 감기환자가 많이 찾아와요.』
회장 이석우군(22·서울대치대3년)은 서투른 의술이지만 정성이 담겨 환자들이 잘 낫는다며 자랑이다.
여름철 하계봉사 또한 65년 출범이래 계속된 「구구·클럽」의 연중행사.
지난해엔 수해지구인 충북보은군 내속리면 상판리에서 보람찬 진료봉사를 했었다.
이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재정적인 뒷받침. 진료부장 이원재군(24·서울대의대4년)은 『의료시설만 충분하다면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집회 시나 진료봉사 때마다 참석률 1백%를 자랑하는 것도 이 「서클」의 자랑.
선배의 권유로 「구구·클럽」에 가입했다는 부회장 지미희양(21·이대간호대4년)은 『회원들간엔 누구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활동을 같이할 수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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