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해방」의 새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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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식이 내외의 축복 속에 3일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전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확정된 지난 2월25일부터 이미 시작되고 따라서 제5공화국도 그날부터 출범했다고 봐야 옳겠지만 공식적인 취임식은 제5공화국의 출범을 널리 선포하는 뜻깊은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7년간 국정을 이끌어나갈 전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그의 임기 중에 민주주의와 번영이 이 나라에 확실히 자리잡기를 기원해마지 앉는다.
취임식은 영광과 축복의 행사이기도 하지만 전대통령이 국민과 세계를 향해 다짐하고 약속하고 맹세하는 엄숙한 의식이기도 하다.
온 국민과 우방이 기뻐하고 축하하는 진정한 이유도 이 엄숙한 약속이 지켜지고 그리하여 그전과는 다른 밝고 화합하는 새로운 발전의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며 취임식자체로 우리의 소망이 완결됐기 때문은 아니다. 전대통령 스스로 취임사에서 말한 것처럼 새 정부가 출범한다하여 곧 새 시대라고 자만할 수는 없으며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어야만 새 시대는 열리는 것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전대통령은 새시대의 이 「새로운 상황」 전개를 위해 3가지의 시대정신과 3가지의 해방을 제시했다. 창조외 의지, 개혁의 의지, 발전의 의지를 3대 시대정신으로 역설하고 우리가 처한 역사적 현실에서 반드시 이룩해야할 목표로서 전쟁위협으로부터의 해방, 빈곤으로부터의 해방, 정치적 탄력과 권력남용으로부터의 해방을 들었다. 즉 3가지의 시대정신으로 3대 해방의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요, 이를 위해 자기의 모든 능력과 충정을 다 바치겠다는 전대통령의 약속이다.
우리는 이 약속에서 평화통일과 경제번영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전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핀다면 전쟁위협으로부터의 해방이란 내부적인 안보최우선과 남북한간의 긴장완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정책설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의 두려움에서 해방이 되어야만 민족전체의 생활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전대통령의 지적은 실로 정곡을 찌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주민의 생활의 기본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북한사회의 개방을 민족의 이름으로 촉구한 대목은 음미할만하다.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은 우선 아직도 이 나라에 존재하는 절대빈곤의 퇴치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이룩됐지만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계층이 엄연히 존재함은 사실이며 따라서 이 문제에 정책의 역점이 두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정치적 탄압과 권력남용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전대통령은 법에 의한 정치를 고창했다.
특정인을 위한 법개정과 특정집단을 위한 권력남용을 배격했으며 「협력을 법 위에 올려놓는 위험스러운 일」은 결코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전대통령은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반드시 세우겠다는 약속을 거듭 하면서 지속적인 창조와 개혁·발전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에서 본 전대통령의 국정지표는 요컨대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함이 없이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확립하자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무슨 일은 해서는 안되고 무슨 일은 꼭해야 한다는 따위의 주문이나 당부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보다도 이미 우리가 다같이 인식하고 공감하고 있으며, 유언·무언중에 약속한 것을 얼마나 성실하고 활기 있게 실천·추진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전대통령의 취임사는 바로 이 같은 공감과 약속을 웅변으로 표현하여 자기의 약속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보며, 앞으로는 이를 실천·실현하는 문제만이 남은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 문헌으로 제시된 전대통령의 취임사를 거듭 음미하면서 이 무겁고 엄숙한 약속의 이행을 국민과 함께 추진코자 하는 바이다. 전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는 목표에 와 닿은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목표를 향해 출발했으며 모든 일은 이제부터 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새삼 유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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