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온다니까 … 감독이 "망할 동양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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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보경(左), 맥케이(右)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카디프시티의 김보경(25)이 전 감독에게 인종 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데일리메일·텔레그라프 등은 21일(한국시간) 말키 맥케이(42·스코틀랜드) 전 카디프시티 감독과 당시 팀 전력 보강 책임자였던 이언 무디(현 크리스털 팰리스 단장)가 성·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빈센트 탄(62) 카디프시티 구단주가 이번 주 초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문자 메시지 7000개, 이메일 10만여 건을 서면 증거로 제출하며 조사를 의뢰했다.

 이 서면 증거에는 김보경에 대한 맥케이 감독의 발언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12년 7월 김보경의 카디프시티 이적이 확정되자 맥케이 감독은 무디에게 ‘망할 칭키들, 카디프에 떠돌아다니는 개는 이미 충분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칭키(chinky)는 ‘찢어진 눈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은어다. 맥케이 감독은 다른 구단 직원을 두고 ‘뱀같은 게이라서 믿을만하지 못하겠다’고 언급하거나 흑인 선수에 대해 ‘프로필이 좋지 않다’며 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카디프시티를 이끌고 2012~13 시즌 챔피언십 우승에 성공해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룬 맥케이 감독은 탄 구단주와 끊임없이 불화를 겪다 지난해 12월 경질됐다. 카디프시티를 떠나기 전까지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을 애제자처럼 키웠다. 맥케이는 2012년 8월 김보경에 대해 “한국 최고 선수로 성장할 만한 차세대 스타다. 김보경의 합류는 아주 흥분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맥케이는 “김보경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중용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보경의 에이전시인 이반스포츠 관계자는 “평소 맥케이 감독과 관계가 좋았다.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세심하게 관리해줬다.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 사건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보경이 챔피언십 개막 후 3경기 연속 결장하자 최근에는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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