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즈네프」건강에 이상 있는 듯 기조연설 TV중개 4∼5분 안에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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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스크바 23일AP=본사특약】소련TV방송이 23일 당대회개막실황을 중계하다가「브레즈네프」가 기조 연설을 시작할 직후 중계를 돌연 중단, 남은 연설문을 「뉴스·캐스터」로 하여금 읽도록 한 사실은「브레즈네프」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는「브레즈네프」의 연설이 76년 25차 대회 때처럼 전부 중계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23일 상오 10시 20분(현지시간) 기조연설이 시작된 지 불과 6분만에 관영TV방송은 「크렘린」궁대회장에서의 중계를 중단했으며 이후 약 5시간동안 「뉴스·캐스터」인「이고르· 키릴로프」가「스튜디오」에 앉아 연설문의 나머지를 읽어 내려갔다.
대회시작 5시간 20분만인 하오 3시20분쯤 예고도 없이 TV「스크린」엔 다시 연설의 끝부분을 읽는 「브레즈네프」의 모습이 비쳤다. 4∼5분쯤 후 연설은 끝났다. 이것이 녹화 아닌 생중계였다면 「브레즈네프」는 휴식시간을 포함, 모두 5시간 5분 동안 연설한 셈이 된다.
당대변인 「레오니드· 자미아틴」은 서방기자들에게 중계방송의 제한은 대회운영위원회가 사전에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후「브레즈네프」는 3시간 45분 동안 「원기 있고 열정적으로」연설했으며 휴식은 두 번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들은「브레즈네프」가 말을 더듬거렸으며 연설을 전부 마치기는 했지만 도중에 매우 피곤해 보였다고 전했다. 연설도중 한때는 탁자에 양 팔꿈치를 대고 기대기도 했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서방외교관들은 당국의 TV중계제한이 「브레즈네프」의 건강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브레즈네프」는 종전에도 언어장애와 기억상실증으로 고생해왔었다.
「크렘린」궁대회장에는 서방측기자는 일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추측은 더욱 난무하고 있다. 한 소련기자는「브레즈네프」가 연설 요지만을 직접 읽었으며 전문은 인쇄물로만 배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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