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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 흑인 청년 또 총격 사망 … 폭력시위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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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들이 시위에 나선 흑인 남성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 9일 비무장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찰의 처벌을 요구하며 열흘째 시위를 이어갔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내 인종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이 부각되면서 미 전역에서 흑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퍼거슨 신화=뉴시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인근에서 경찰 총격으로 흑인 청년이 사망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CNN 등 외신들은 19일(현지시간) 오후 12시30분쯤 퍼거슨시에서 6㎞ 정도 떨어진 세인트루이스시 중심가에서 23세의 흑인 남성이 경찰 2명의 총을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숨진 흑인은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와 패스트리 봉지를 들고 나와 절도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칼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던 중 총에 맞았다.

 세이트루이스 경찰국장 샘 돗스은 “용의자는 칼을 내려놓으라는 경찰의 거듭된 명령을 따르지 않고 ‘나를 쏴 죽이라’고 외치며 경찰에게 접근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직후 현장엔 1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경찰의 총격에 항의했다. 이번 사건이 제2의 퍼거슨 사태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감 속에 현지 경찰은 시민들에게 발포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퍼거슨시에선 지역 사회 리더들이 평화를 호소하고,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가 사건 책임자에 대한 기소 방침을 밝혔지만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쏜 경찰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이날 밤에도 평화롭게 시작된 시위는 누군가가 경찰을 향해 유리병을 던지고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양측의 충돌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까지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78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시위대엔 시카고·뉴욕·샌디에이고 등 미주리주 바깥에서 온 외부인들이 상당수 참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의 소요사태가 해묵은 흑백차별과 흑백간 경제력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면서 전국적 이슈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퍼거슨시 방문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CNN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그런 방문 계획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20일 퍼거슨시를 찾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의 방문이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홀더 장관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수사중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만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예정이다. 미주리 주 대배심도 이날부터 사건 조사에 돌입한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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