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때 아빠 조천형 중사 잃은 초등생 "북한 미웠지만 나처럼 슬픈 친구 안 생기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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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말 북한이 하늘만큼 땅만큼 싫었어. 그런데 내가 아빠를 잃은 것처럼 어쩌면 북한의 어떤 친구도 연평해전에서 아빠를 잃게 되지 않았을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북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의 한 대목이다. 수상자는 대전 복수초등학교 6학년 조시은(12·사진)양이다. 조양은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조천형 중사의 외동딸이다. 당시 참수리 357정의 21포 사수였던 조 중사는 북한군의 공격에 끝까지 응사하다 산화했다. 정부는 이를 기려 2007년에 진수한 유도탄고속함(PKG)을 ‘조천형함’으로 명명했다.

 조양은 “학교 선생님이 북한과 우리는 한 민족, 한 가족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하셔도 마음속으로는 ‘사랑하는 아빠’를 빼앗아간 나라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현충원에서 연평해전 관련 영화를 보게 된 뒤로는 미움이 더 커졌다고 한다.

편지에도 “영화 끝 부분에 남편 잃은 여자 배우가 소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던 거야. 나는 그 당시 백일밖에 지나지 않은 아기라 기억할 수 없었는데 영화를 통해 직접 보니 눈물이 쉴새없이 흐르고 가슴은 정말 터질 것 같이 아팠어”라고 적었다.

2008년 6월 29일 열린 ‘제2연평해전 6주년 기념식’에서 고 조천형 중사의 부인 강정순씨가 기념식 도중 눈물을 흘리자 딸 조시은양이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 조양이 화해와 용서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연이은 도발행위였다. 조양은 “나처럼 아빠를 잃은 북한 친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또 더 이상 나처럼 가족을 잃어버리는 친구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탈북 주민들이 전한 참상도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 등을 통해 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알게 됐다. 탈북한 언니가 말라 죽었다는 소식이나 뼈가 앙상한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북한을 ‘싫다, 좋다’로 바라보지 말고 어려운 동포이자 가족으로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조양은 “빨리 통일이 돼 북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명동으로 데려가 함께 쇼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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