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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근로자와 낮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을 시찰한 중공언론계 대표들의 눈에는 미국이나 서방의 근로자들이 너무 측은하게 비쳤다. 지난해봄 미국을 다녀온 인민일보의 한평론원(논설위원)은 『미국사회의 낙후된 한 단면』을 이렇게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사장들이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2시간의 낮잠시간을 주지않고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사장들은 경비를 많이 지불하고도 이익을 조금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낭비하지만 시간만은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끝없이 더많은 물건을 가지려고 바둥거린다. 우리처럼 동방식으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며 근심 걱정없이 지내는 생활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단하루 반나절이라도 고요한 호수가에 앉아 낚시하는 것을 꿈에서조차 생각할수 없다.』(「홍콩」『70년대』지)낮잠도 못자고 고생스럽게 일만한다는 내용이다.
「낮잠제도를」두고서는 중국의 노동자들은 확실히 「향상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노동자들에게 베푼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더불어 또다른 공로의 하나가 낮잠제도의 정착이다.
낮잠은 농민들에게는 고대봉건사회부터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왔다.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농민들의 도시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도시노동자들에게도 낮잠이 널리 보급됐고 마침내는 중공당도 이를 외면 할 수 없어 헌법에「근로자들은 휴식할 권리를 가진다」(제49조)고 명문화했다.
80년초 미국기자와 사업가들이 복건생 복주에서 겪었던 일이다. 복주공항에서 북경으로 가는 국내선여객기는 출발예정시간을 3시간이나 넘기고서야 이륙했다. 기내에서 3시간씩이나 지루하게 기다려야했던 이 미국인들은 비가 오니까 안전운항을 하기 위해서 출발을 늦추는 것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륙한후 그 늦어진 이유가 기상의 승무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겼기 때문임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중공근로자들은 현재 헌법에 보장된 휴식의 권리에 따라 낮에 2시간씩 쉰다.
여름에는 3시간씩이다. 하오 1시가되면 일터의 분주한 분위기가 일제히 정적속에 파묻힌다. 공장·사무실·은행·학교·정부기관등 어느곳이든 문을 걸어잠근다. 상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절대 다수의 근로자들이 오락을 즐기기 보다는 낮잠을 자기 때문에「하오휴식」(오휴)제도라고 하면 낮잠을 의미한다. 건축터의 노동자들은 건축자재위에서, 운수관계 근로자들은 차량안에서, 사무직종사자들은 사무실에서 낮잠을 잔다.
각자의 일터에서 가장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가 그들의 잠자리가된다.
도시노동자들이 대체로 2시간씩 휴식을 취하는가하면 농민들은 노동자들보다 30분에서 1시간씩 더 쉰다. 낮잠에 관한한 농민들이 노동자들보다 혜택을 더 누리는 셈이다.
해남도근해에서 석유탐사를 중공기술자와 함께 공동으로 하고있는 한 미국석유회사의 현지책임자는 발을 동동 구른다. 『중공기술자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총알처럼 일을 멈추고 3시간씩 휴식한다. 그리고 하오6시 퇴근시간만되면 일이 덜끝났다고 꾸물거리는 법이 없다. 시추선1척에 하루 5만「달러」(6백50만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서방사회라면 하루24시간 내내 시추선을 가동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홍콩」바로 옆 채천시에 공장을 세운 한 영국사업가는 걸핏하면 무단결근하고 조퇴하고 지각하는 중공노동자들의 작업태도에 실망하고 있다. 중공에서는 이것이 용납된다.
중공노동자들은 상오8시에 출근하여 10시가 되면 30분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상오11시30분에 점심식사에 들어가 하오2시30분에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뒤 하오4시30분이면 다시 30분간 쉬고 6시가 되면 부리나케 퇴근한다. 그러니 실제 하루의 근무시간은 6시간인 셈이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느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일을 많이해도 36원, 일을 적게해도 36원』이라는 새로운 속어가 그것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이때문에 근로자들의 자세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 중공의 『경제관리』지는 80년중반에 휴식제도를 이렇게 꼬집었다. 『우리들의 최대문제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맡겨진 일에 불평을 터뜨리고 휴식시간을 더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작업태도다. 청년들이 특히 그렇다. 휴식시간이 사치품은 아니다. 농민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도시근로자들에게 휴식은 게으름을 조장할뿐이다.』
그러나 이제도의 옹호론이 더욱 우세하다. 중공언론계 간부들조차 점심시간에 휴식제도가 없는 미국생활을 어두운 면이라고 지적할 정도이니 이제도가 앞으로 계속될것은 뻔한 일이다. <이수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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