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만 시간 돌파 「스튜어디스」안정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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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사히 넘겼구나하는 생각이 제일먼저 들더군요. 78년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 상지대에 입학하려 했을때 만류하던 윗 분들께 감사하고 싶어요.』
「취리히」∼「마닐라」를 잇는 KAL 904편「보잉」747기가 인도양 상공을 날던 지난5일 상오11시 국내 최초로 비행시간 1만 시간 돌파 여승무원이 탄생했다. KAL 사무장 안정희양(32)- 그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훤칠한 키에 빼어난 미모, 거기에 영어·일어·독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 놀라운 아가씨가 서울∼대구간 F27 쌍발「제트」기를 타고 「스튜어디스」로의 첫 비행을 시작한 때가 69년 9월. 「스튜어디스」-「스튜어드」-보조사무장-사무장을 거쳐 11년 4개월만에 대기록을 수립하는 영광을 안았다.
평소 영어에 자신이 있어 수도여고를 졸업하자 외국어를 사용하는 회사를 찾다가 우연히 KAL에 지망한 것이 「스튜어디스」가 된 동기.
안 양은『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서비스」이므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가끔 「이머전시」조치를 농담으로 넘기는 탑승객을 볼때는 무척 안타까 왔다』고 그간의 고충을 설명했다.
아직 미혼으로 자신의 직업과 가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고 결혼할 생각인 그는 한복도 열 벌이나 준비해뒀을 정도라며 얼굴을 붉힌다.
그는 비행기안이 오히려 편안해 계속할 생각이나 앞으로는 지금처럼 빠른 속도는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조심성을 보였다.
소처럼 열심히, 대범하고 과감하게 일하고 생각할 것을 후배에게 당부하며 축하선물로 받은 대리석단지에 새겨진 『20세 꽃다운 나이가 할멈 됐어라』는 글귀를 보고 살포시 웃는 그의 모습에서 곱게 간직된 여성미를 찾을 수 있었다.
안 양은 안경호씨의 5남매 중 둘째로 현재 서울 공항동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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