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동훈<실험극장 대표>|창작극 활성화 위해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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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는 내가 몸담아왔던 「실험극장」이 한국 민극사상 처음으로 창단20주년을 맞이했던 뜻깊은 한해였다. 그리고 나도 「실험」과 함께 스무해를 같이 살아오는 동안 가장 분주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성년극단의 면모로 우리연극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디딤을 마련키 위해 한해를 설계했던 「실험극장」은 공연장확보란 시급한 우리 연극계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비원 앞에 연극전용관「운현극장」개관으로 답했고, 『에쿠우스』『사람의 아들』『브라드·나트』『세일즈맨의 죽음』등 7편의 기념공연을 통해「실험극장」의 현주소를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한 한국연극의 현주소는 아직도 부끄러움 속에 서있다.
이 부끄러움은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나로 하여금 연극을 한다는 의미를 다시 헤아려 보게 한다.
아마도 내가 생각해온 연극의 의미는 연극이 인간의 정신에 가치를 부여한 문화적 축적이며 또한 그를 위한 정신표현의 한 양식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성장과 발전과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와 그를 꿈꾸는 상상력의 확대를 통해서만 인간은 풍요롭게 존재한다. 아직 우리의 정신이 풍요롭게 존재할 수 있는 문화풍토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그 중에는 연극을 하는 이들의 책임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 우리 연극이 이러한 전제 속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극인들이 할 수 있는 책임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마음으로 이 한해를 살아가고 싶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부분적인 대답으로 나는 지난해 개관한 「운현극장」과 「실험극장」의 무대를 통해 보다 많은 연극인들이 보다 다양한 형태의 무대언어를 실험하고 창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편 지난해에 약속했던 10편의 기념공연 중 금년으로 미루어진 3편의 공연을 「후가드」의 문제작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공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한햇동안에「실험극장」이 주력하게될 작업은 지난해에 시작한 우수 극작가 지원사업을 통해 창작극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될 것이며,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내가 새해 아침에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대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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