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의 옥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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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등소평아, 샨기지천하지 말라. 네가 배짱이 있다면 나를 석방시켜 만주와 산동·요동을 줘보라」
「세기의 재판」을 받고있는 강청은 요즘「세기의 만담」을 늘어놓아 세상사람들을 웃겨주고있다.
고령의 한 신문에 따르면 강청은 지난해6월 『나와 등소평의 요쟁』이라는 옥중기를 은밀하게 내놓았다고한다. 등사판 「팸플릿」으로된 이책은 중공의 지하에서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허실을 알길은 없지만, 설령 누구의 희작이라고 해도 그 발상이 재미있다. 제목부터 「히틀러」의『마인·캄프』를 흉내냈으며, 강청자신을 지금 8억인의 실권자인 등소평의 지위와 견주고 있다.
중국대륙의 변방에 자리한 만주는 역사적으로 이방지대이며 산동은 江肖의 고향이고 요동은대륙 교통의 문시 바로 이런지역을 강청치하에 두고, 나머지 대륙을 등소평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누가 도 유능한지 겨루어보자는 것이다. 명제도 바로 등소평이 내세운「건설」· 「4대현대화」. 여기에 강청은 군쟁작전까지 곁들여 자신의 거쟁적인 역위까지도 과시했다.시한은 향후5년.
『너의 군대가 우수하고 내 군대를 이긴다면….』
강청은 5년후의 결과를 놓고이런 가정까지 했다. 『나는 너에게 등소평은 훌륭한 놈이다고 말해주마.』
등소평은 언젠가 강청을 요후라고 했었다. 강청 자신은「요」자는모르지만「후」자는별로 싫어하지 않을것 같다. 그는한때 협력의 미몽속에서 한나라유방이 죽은 뒤의 여후, 당나라의 칙천무후, 청나라의 서태후를찬양한 일도 있었다.
모택동은 그런 강청을 두고『귀는 열려있도록 만들어졌지만 입은 닫혀있도록 만들어져 있느니라』고 고전적으로 꾸짖은 일이 있었다. 「하버드」대「로스·테릴」교수의 부언이다.
그러나 강청은 이른바 「10악재판」의 법정에 서서도 끊임없이 요설을 쏟아놓았다. 바로 사형과 2년 집행유예선고를 받던 25일의법정에선 『수정주의를 타도하라』고 외치며 마룻바닥에 드러눕기도했다.
이날의 재판정엔 원한에 찬 유소기의 미망인 왕광미등 8천명의 방청객이 선고와 동시에일제히 일어나박수를쳤다. 강청이 끝내 간수들에의해 끌려나갈때도 열광적인 박수릍 보냈다. 『만약 네(등소평)가 진다면 너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나는 사회주의국가의 최초여제다!』
강청의 옥중기는 어딘지 여배우의 희극적 독백같아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세기의「드라머」는 아직도 후이 내리지 앉은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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