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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실종자 10명 빨리 가족 품으로" … 세월호 위로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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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남아 있는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에게 위로편지를 쓰고 묵주를 보냈다.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에 교황을 만난 세월호 유족 대표가 실종자 가족 편지를 교황에게 전한 데 대한 대답이다.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7일 오전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를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들,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했다.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모두 거론하며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라는 기도문을 덧붙였다. 김건태 신부는 “교황께서 내 손을 잡고 ‘위로의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진도 팽목항에서 교황의 편지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 허흥환(51)씨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교황님께서 ‘하루빨리 아빠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고 기도해주신 것처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실종자 가족들의 편지를 받아 통역을 통해 내용을 들은 뒤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답장을 써달라”고 직접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위원회 측은 편지에 대해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교황에게서 편지를 받은 김건태 신부는 19일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팽목항을 찾아 교황의 편지와 묵주 선물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18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국할 때도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리본은 지난 15일 만난 세월호 유족이 건넨 것이다. 다음은 편지 전문.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여러분.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실종된 단원고 학생 남현철·박영인·조은화·황지현·허다윤, 교사 고창석·양승진, 일반 승객 권재근·이영숙, 그리고 일곱 살배기 권혁규 어린이가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실종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Servus Servorum(종들의 종) 프란치스코

권철암·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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