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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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엄해제를 적극 환영하고 이제 우리사회와 여건이 계엄을 해제해도 무방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더욱 다행스럽게 여긴다.
「10·26사태」이후 조성된 기구한 상황에서 물샐틈없는 안보태세유지와 치안확보는 물론 중요한 정치·경제·사회적 제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해 나온 계엄사당국의 노고와 계엄군장병들의 수고를 우선 치하해마지 않는다.
이번 해엄조치로 정부는 선거전에 계엄을 풀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실천한 셈이며, 가급적이면 해엄시기를 촉진하고 자유로운 선거분위기를 보장하려는 성의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점은 대통령선거를 공고하는 같은날 해엄이 선포됐다는 사실로도 느낄수 있다.
계엄당국의 신중한 배려로 인해 그동안에도 계엄이 일반국민의 일상생활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제 해엄이 된다하여 국민생활에 눈에 띌 변화가 있을것 같지 않다.
그러나 계엄해제로 인한 분위기의 완화라 할까, 긴장감의 이원이라 할까 하는 심리적 효과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예컨대 기업의 의욕이 높아진다거나 그동안 조심하고 자재해온 각 분야의 모든 활동이 새로운 활기를 얻게 되는 좋은 효과를 우리는 기대할수 있다. 더우기 정치활동에 가해진 제한이 풀리게 됨에 따라 선거를 향한 제정당들의 활동폭이 크게 확대되고 국민지지를 얻기위한 정책과 지혜의 경쟁이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도 기대할수 있다.
요컨대 정치·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활동이 신장되고 사기가 높아지는 귀중한 효과를 기대해도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반드시 유의할 점은 해엄이 곧 질서의식이나 자제의 필요성을 감살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연한 국법질서가 있고 분야마다 요청되는 자제와 행동의 한도가 없을수 없다.
안정이 유지되고 앞으로도 잘 유지되리라는 당국의 판단이 있었기에 해엄조치가 가능했다그 판단하는 것이 좋으며, 해엄으로 인한 신장과 활기가 소중하면 할수록 안정의 증요성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심하고 자제해온 1년3개월이 해엄으로 인해 일조에 바뀔수는 없으며 그동안에 몸에 밴 질서감각을 금방 팽개쳐서는 위험함을 알아야한다.
특히 양대선거를 눈앞에 두고 각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자칫 과열되기 쉽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신중을 당부하고 싶다. 현재의 정치상황이 어떠하며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냉철히 분석, 전망하는 것이 좋겠고 아울러 지난날의 경험을 자주 되새기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해엄으로 넓어진 활동폭이 좋은 방향으로 활용될수 있어야 그 폭은 뎌 넓어질수 있으며 그런 조심스런 노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요청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각 분야가 신중하고도 끈기있는 자세로 안정과 활기를 함께 확대해 나가야만 제5공화국의 밝은 앞날을 기약할수 있다. 그리하여 외환이나 천재지변이 아닌 우리 내부문제로 계엄이 요청되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전대통령도 지적한 것 처럼 물리적 수단으로 안정을 확보해야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계엄해제에 따라 정부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계엄군이 맡아 처리하던 후방임무는 대부분 정부에 넘어갈텐데 이런 일을 앞으로는 군의 도움없이 정부가 다 잘해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치안문제 같은 것은 각별히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해엄에 따라 일부 철없는 부류의 무절제한 언동이 고개를 들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리모로 어려웠던 지난 1년3개월 동안 군이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우리사회의 안정과 문제해결에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더 미덥고 더 충성스런「국민의 군」으로 정진해 줄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계엄해제를 거듭 환영하면서 이것이 온 국민의 좋은 활동을 자극하여 발전의 큰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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