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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들 틈에서 빛났다 '아이언 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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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인비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웨그먼스 챔피언십 2연속 우승을 노리게 됐다. 2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는 박인비. [AP=뉴시스]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또 다시 메이저 사냥에 나섰다. 박인비는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인근 먼로 골프장에서 벌어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3라운드까지 9언더파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인비는 선두 브리트니 린시컴(미국·10언더파)에 한 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18일 오전·한국시간)를 시작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 여자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놓친 메이저 우승컵을 이번 대회에서 가져 오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장타자들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페어웨이가 넓어 멀리 치는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린시컴 이외에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 렉시 톰슨(미국) 등 이른바 ‘대포’들이 선두권에 있다.

 그래도 박인비는 잘 싸우고 있고 “이 코스가 장타자에게 절대 유리하지만 샷이 안정돼 있다면 충분히 경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라면 “퍼트가 잘 되면 이길 수 있다”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박인비의 경기 스타일은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해 박인비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앞두고 드라이버가 불안하고 아이언 탄도도 낮아 걱정이 컸다. 박인비는 그린 중앙을 공략하고 퍼트로 승부하는 작전을 써서 우승했다. 이후 신들린 듯한 퍼트가 계속되면서 세계를 제패했다.

 올해는 다양한 무기를 쓴다. 박인비는 “올해 퍼트가 문제이지 롱샷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는 100% 힘으로 친다고 한다. 드라이버 거리는 246야드에서 248야드로 약간 늘었다. 정상급 선수들에게 이 ‘종이 한 장 차이’는 매우 크다. 이번 LPGA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박인비는 평균 256야드를 쳤다.

 가장 좋아진 건 아이언이다. 박인비는 “아이언 거리가 약간 길어지고 정교해졌다. 그래서 올해는 핀을 직접 보고 쏘는 홀이 많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그린 적중률은 떨어졌다. 지난해 73%, 올해는 71%다. 구석에 있는 깃대를 겨냥하다 그린 밖으로 구르는 샷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탄도도 정상급 선수에 비해 약간 낮다. 딱딱한 그린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퍼트는 아직도 박인비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지난해만은 못하다. 아이언이 좋아졌기 때문에 홀과 가까운 곳에서 버디 퍼트를 하는데도 그린 적중시 퍼트 수는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지난해 박인비의 경쟁자들이 ‘굴리면 들어가는’ 박인비의 퍼트를 보고 이른바 멘탈 붕괴를 겪었다. 올해는 박인비의 퍼트를 보고 무너지는 선수는 없다.

 박인비는 지난해 LPGA에서 ‘롱게임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세계랭킹 1위’라는 수군거림도 들었다. 올해 박인비를 그렇게 말하는 선수는 없다.

 지난 주 마이어 클래식에서 생애 첫 LPGA 우승을 차지한 이미림은 7언더파 4위로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역대 최연소 메이저 제패 겸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리디아 고(17·뉴질랜드)는 6언더파 공동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J골프가 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18일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생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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